한전, 신재생에너지로 세계 무대 '정조준'

#지난 4월 한국전력이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30㎿(메가와트) 태양광 발전소를 인수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한전이 1995년 필리핀 말라야 발전소 사업으로 해외사업을 시작한 이래 미국 시장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세계 최대 전력시장인 미국 시장에 첫 진출한 사례다.

이 발전소는 렌즈로 태양광을 모으는 집광형 모듈을 사용해 기존 일반 실리콘 모듈보다 최대 약 31%까지 발전효율이 높다. 한전은 사업기간(25년간) 동안 약 2억3000만달러(약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꼬가 터진 한전은 에너지신산업 분야 강국인 미국 시장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을 중심으로 하던 에너지 패러다임이 환경과 안전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면서, 이에 맞춰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13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달 한전과 LG CNS 컨소시엄은 미국 괌 전력청(GPA)에서 국제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업’의 최종낙찰자로 선정됐다. 과잉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ESS에 저장해 뒀다 일시적으로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해주는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전성을 보완했다.

태양광발전 60㎿, ESS 42㎿h를 건설해 25년간 운영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약 2억달러(약 23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사업으로 LG CNS가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참여해 약 430억원 상당의 국산 주요 기자재를 포함해 약 1300억원에 이르는 수출 효과가 기대된다. 한전과 국내 태양광 관련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모범적인 사업 모델로 손꼽힌다.


무엇보다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국내 최초 국제경쟁 입찰방식을 통해 사업권을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전의 기술력과 사업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미 한전은 일본 등에서 해외 진출 토대를 닦아놨다. 2015년에 수주한 일본 훗카이도 치토세 사업(태양광 28㎿+ESS 13.7㎿h)은 지난달 초기 가압 및 시운전에 들어갔고, 지난 5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25년간 이 발전소를 통해 홋카이도 전력회사에 약 엔화 317억엔(약 3174억원)의 전력이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요르단, 중국 등에서 풍력 사업을 벌이는 등 4개국에서 총 설비용량 1461㎿ 신재생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신재생 발전사업 이외의 에너지신산업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 미국 메릴랜드 주와 스마트그리드(기존의 전력망에 IT를 접목한 양방향 시스템) 및 에너지신산업 협약, 두바이수전력청과 스마트그리드 구축 시범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한전은 현재 전 세계 24개국에서 화력, 원자력, 송배전, 신재생에너지, 자원개발 등 다양한 해외사업을 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전체 매출의 8.2%였던 해외부문 비중을 2025년까지 전체 매출의 28%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에너지신산업, 신재생 비중을 확대해나가는 게 핵심이다.

장기적인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은 ‘신산업 및 신재생 전환’ 등 글로벌 에너지생태계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KEPCO형 융복합 신산업 비즈 모델을 발굴하고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선점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국내 기업들과 함께 해외 신에너지 시장 개척에 앞장서 나가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조 사장은 “해외에서 운영 중인 발전소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등 중소기업과 해외 동반진출을 도모해 해외사업 분야에서도 상생경영을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 강소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다.

한전은 올해까지 수출 중소기업 10만개 달성을 함께 이루기 위해 2010년부터 중소기업 해외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KEPCO 파트너십 제도를 국내 공기업 최초로 도입해, 기술력은 있지만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한전 브랜드 파워을 앞세워 수출 보증을 해 주는 방식이다. 65개사에 인증서와 엠블럼을 제공한 데 이어 발전분야 중소기업과 2·3차 협력기업을 대상으로 인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해외지사와 법인사무소를 활용해 중소기업 상설 홍보관을 운영하는 등 해외마케팅도 지원한다. 2014년 해외 베이스캠프 사업을 실시해 7개 기업이 필리핀에서 해외지사 없이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 한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동반 진출을 견인하고 미래에 지속가능한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더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