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았는데~"…천호식품, 오너경영 막 내린 사연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천호식품 로고

천호식품이 오너 경영의 막을 내리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다. ‘가짜 홍삼’ 파문 이후 줄어든 매출이 회복되지 않자 대주주인 사모펀드 카무르파트너스가 직접 경영에 개입했다는 해석이다.

16일 천호식품은 신임 대표이사에 박창환 이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국내 강소기업들의 경영 정상화에 기여해온 국내 바이아웃 전문 PE운용사 카무르파트너스에서 임시로 파견한 대표이사다. 천호식품은 빠르면 이달 말 새 대표이사를 선출해 경영 정상화에 매진할 계획이다. 한 달 새 대표이사가 2차례 바뀌게 되는 셈이다.

천호식품은 창업주인 김영식 회장이 출연한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는 광고로 잘 알려진 건강식품기업이다. 설립연도는 1984년이지만 건설업, 게임업 등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IMF 사태 때 도산 위기를 맞았다가 1998년을 기점으로 건강식품사업에만 매진하면서 재기했다.

천호식품 매출은 2010년 530억원에서 2014년 777억원으로 늘었다. 2009년 4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도 2011년 9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김 회장의 ‘촛불집회 비하발언’에 이어 올해 초 ‘가짜 홍삼’ 파문이 잇따르면서 실적도 고꾸라졌다.

2015년 천호식품에 580억원을 투자해 대주주가된 카무르파트너스가 오너 일가 경영권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카무르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에이콘제1호, 밸리치더블케이 등을 통해 천호식품 지분을 사들여 현재 49.5%를 보유하고 있다.

천호식품 창업주인 김영식 전 회장.

카무르파트너스는 대주주가 된 이후에도 오너 일가인 김 회장을 비롯해 회장 아들인 김지안 사장에게 경영을 맡겨 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오너 리스크로 회사가 휘청이자 경영권 개입에 나섰다. 올 초 김 회장이 물러난 데 이어 김 사장도 지난 12일 사임했다.

카무르파트너스는 앞으로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을 정상화하고 기업가치를 회복시키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 회장 일가는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지분 일부를 보유 중이다. 남은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할 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오너 일가는 2015년 사모펀드 투자 유치 과정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구주 300억원 어치를 팔았는데, 당시 딸 김현주씨가 지분 전량(23.8%)을 매각했고, 김 회장은 144만여주(약 20%)를 팔아 현재 지분 8.5%를 갖고 있다. 아들인 김 사장은 지분을 팔지 않아 여전히 20.6%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