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포괄 경제대화…성과 있다,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BBNews=뉴스1

"성과가 없었다." vs "논의 자체가 큰 성과다."

세계 양대 경제지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포괄적 경제대화 결과를 이처럼 다르게 평가했다. 이번 대화는 미·중 관계, 특히 무역불균형 문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자회견도 취소…"성과 없었다"

겉으로는 WSJ의 평가에 더 무게가 실린다. 양측이 모두 이날 예정했던 기자회견 일정을 취소한 게 실패론을 뒷받침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회견 일정 취소 배경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발표할 만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 아니냐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WSJ는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이날 오전부터 예고됐다고 지적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대화 첫마디로 "보다 공정한 방향으로 관계의 균형을 다시 잡길 바란다"며 "가장 힘든 일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왕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대화로 모든 차이를 즉각 해소할 수 없지만 대립은 양국 이익에 곧바로 해를 입힐 것"이라고 맞섰다.

WSJ는 미·중 고위급 경제대화가 아무런 진전 없이 끝났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양자대화가 종일 이어졌지만 미국이 발표한 성명은 매우 간결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성명에서 무역적자 감축 목표를 중국이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국의 합의 수준이나 대화 재개 일정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아예 성명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WSJ는 공동성명의 부재가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 열린 비슷한 미·중 경제대화의 관행을 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은 공동성명을 통해 대화의 성과와 합의 수준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철강' 장시간 논의…"무역전쟁 피했다"

FT는 미국과 중국이 철강 문제를 놓고 대화에 박차를 가했다며 이는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화에 앞서 로스 장관에게 국가안보 차원에서 철강 수입의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로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가안보 차원에서 철강 수입을 제한할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중국 등의 철감 덤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쿼터(할당)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화에서 양국이 철강 문제를 둘러싼 마찰로 무역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1962년 제정된 통상확대법 232조를 발동해 외국산 철강에 폭탄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FT는 그러나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로스 장관, 왕 부총리가 이날 대화에서 철강 문제를 놓고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보좌관들이 다음 일정 차질을 우려할 만큼 철강을 둘러싼 논의가 장시간 이어졌다며 철강 문제가 가장 큰 화두였다고 귀띔했다.

채드 브라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철강 문제를 놓고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징조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일방적인 제재를 거론했다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