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변화 따라가려면 기존 은행 아닌 '베타뱅크' 설립해야"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개인정보보호라는 현안에 치중해 빅데이터 활용을 지금처럼 규제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빅데이터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으로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위상까지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다.

머니투데이가 ‘2025 금융의 미래-새로운 금융이 온다’를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핀테크지원센터장), 김학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 한준성 KEB하나은행 부행장, 김석영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장, 이정훈 핑거(핀테크 컨설팅회사) 상무는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데 기존 은행의 틀 안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고민도 표출됐다. 영국계 글로벌 은행 바클레이즈는 최근 기존 은행과 인력을 공유하지 않는 완전히 독립된 새 은행이 필요하다며 ‘베타뱅크’를 제안했다. 기존 은행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한 내부적 변화가 어렵기에 아예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은행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기존 조직체계로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핀테크 기술로 인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워졌다”며 “디지털 조직이 기존 메인 조직 하부에 있으면 내부를 변화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금융업에 가파른 속도로 스며들면서 금융업과 다른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대한 위기의식도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엔진을 10년간 무상보증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사실상 보험이 아니냐는 논쟁이 펼쳐진 것이 단적인 예다. 집안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위험예방 장치를 갖춘 LG유플러스의 홈IoT(사물인터넷)서비스 역시 일종의 보험 서비스가 가미된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앞으로는 제조업이 금융의 영역을 파고 드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금융회사의 은행업 투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업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은 시대라며 전기자동차 시대로 넘어가면 배기가스 규제가 의미가 없어지는 것처럼 은행업 역시 기존 체제, 규제에서 벗어나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