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오염된 음식물로 감염성 식중독 '경계령'

여름은 고온다습해서 대장균 등 세균과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물과 음식물이 쉽게 오염되고, 무더위로 활동성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저하돼 세균성 식중독균에 감염되기 쉽다.

오염된 물과 음식물에서 비롯되는 수인성·식품매개질환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인 질병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2011~2016)간 연평균 6325명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6~8월까지 3개월간 치료받은 환자가 2478명이다. 10명 중 4명은 여름철 식중독에 노출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여름철 수인성·식품매개질환으로는 제1군 감염병에 속하는 세균성이질, 장티푸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이 대표적이다. 식중독 원인균으로는 △시겔라(Shigella spp.) △살모넬라(Salmonella spp.)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 △병원성대장균 등이 있다.

식중독은 잠복기, 발생 양상, 주된 증상 및 진찰 소견을 종합해 진단한다. 정확한 병력 청취가 중요한데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상이 비슷하다. 따라서 단순히 증상만 가지고는 원인균을 알 수 없다. 의심 증상이 있으면 정확한 검사로 원인균을 파악해 진료해야 한다. 역학조사나 환자의 경과가 중한 경우 분변검사나 분변배양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특히 식중독 원인균 가운데 '병원성대장균'은 영·유아에게 전염성 설사증을, 성인에게 급성 장염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병원성 대장균의 한 종류인 '장출혈성 대장균'(E. coil O157:H7)은 1982년 미국에서 덜 익은 육류가 든 햄버거를 먹고 47명의 환자가 발생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 균은 베로독소(verotoxin, VT)라는 독성 물질을 생성해 대장점막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 그 결과 장출혈과 심각한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 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이하 HUS)도 발생할 수도 있어 병원성대장균 중 가장 위험한 종류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에서 4세 여아가 심각한 신장질환인 HUS로 진단돼 평생 복막투석을 해야 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HUS의 위험성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HUS를 일으킬 수 있는 장출혈성 대장균의 주요 오염원은 덜 익은 쇠고기 분쇄육이다. 칠면조, 샌드위치, 원유, 사과주스 등에서도 감염된 사례가 있다. 또한 소독되지 않은 물을 마신 경우나 오염된 호수에서 수영할 경우에도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 균은 60℃에서 45분, 65℃에서 10분, 75℃에서 30초간 처리하면 완전히 사멸된다.

여름철 번식하기 쉬운 원인균의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지만 예방이 우선이다. 음식 원재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단계마다 물과 세정제, 비누로 꼼꼼히 씻는 손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 병원성 세균의 전파는 오염된 손 때문에 일어난다. 또한 음식물과 물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등 식중독 예방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보건 당국 또한 보균자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식중독 예방법
- 채소류는 흐르는 물에 씻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살균제나 식초를 탄 물에 5분 이상 담근 후 깨끗한 물로 3회 이상 헹군다.
- 가급적 2시간 이상 상온에 채소를 방치하지 않는다.
- 육류나 어패류는 완전히 익히고 보관 시 즙이 흐르지 않도록 밀봉한다.
- 고기용과 채소용 도마를 따로 분리 사용한다.
- 행주와 수세미는 일주일에 2~3회 끓는 물에 삶는다.
- 부패하기 쉬운 음식은 4℃ 이하로 냉장 보관한다.
- 여름철에는 가능한 한 번 먹을 양만 조리한다.
- 어패류의 생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 외출 후, 식사 전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