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주년'…존폐 기로에 선 화해·치유재단

김태현 전 화해 ·치유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7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화해 ·치유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제1차 이사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의 후속 조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28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새 정부가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점검하겠다고 나서면서 재단의 운명도 해산과 존속, 두 방향의 갈림길 앞에 놓이게 됐다.

여성가족부는 재단 점검반을 꾸려 이르면 8월말 평가 결과를 발표한 뒤 향후 재단 운영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화해·치유재단은 지난해 7월28일 여가부 소관 비영리법인으로 출범했다. 위안부 합의 결과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기반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기 위해 설립됐다.

주요 사업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치유금' 명목의 현금을 지급하는 일이다. 피해자 또는 유족이 신청하면 12·28 합의일을 기준으로 사망 피해자에 대해 2000만원, 생존 피해자에 대해 1억원을 지급한다.

7월 현재까지 전체 생존피해자 47명 중 34명, 사망피해자 유족 199명 중 48명에게 지급이 완료됐다. 생존피해자 2명과 사망피해자 17명에 대해서는 심의 중에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에서 이뤄진 위안부 합의가 피해 당사자들의 참여를 배제한 '반쪽 합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재단은 논란 속에 1년을 보냈다.

설립 당시부터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김태현 이사장은 출범식을 마치고 나가다 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남성으로부터 캡사이신 액체를 맞기도 했다. 치유금 지급 과정에서는 고령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동의 없이 현금 수령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단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약속하는 등 새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합의의 결과물인 재단 활동 전반에 대해서도 재점검에 나선 탓이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화해·치유재단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최근 여가부 내에 '화해치유재단 점검반'을 출범시켰다.

점검반은 재단 설립과정과 설립이후 재단운영, 출연금 집행실태를 점검하고 특히 현금지급 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역할을 한다.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는 포함하지 않고 여가부 직원 7명으로 구성했다. 객관적인 검토를 위해 재단 관련 업무를 담당한 권익증진국 복지지원과 직원들은 배제했다.

여가부는 이르면 8월말 점검반의 활동이 종료되면 평가 결과를 토대로 재단의 향후 운영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와도 협의해 가기로 했다. 외교부도 '위안부 합의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의 문제들을 살펴보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8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2·28 한일 합의와 화해치유재단 설립 규탄 기자회견에서 평화나비네트워크 한일 합의를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게다가 지난 19일에는 김태현 이사장이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일각에서는 재단이 자진 해체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올해 초 이사 2명이 이미 사퇴해 현재 이사진 규모는 출범 당시 11명에서 현재 8명으로 줄었다.

김 이사장은 "재단 이사장으로서 개별피해자 대상 사업을 일차적으로 마무리한 이 시점에 사의를 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사직 이유를 설명했으나 악화된 여론에 부담을 느껴 온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재단은 27일자로 김 이사장을 공식 사직 처리했다. 새 이사장 선임 전까지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소장이 이사장 직무를 대행한다.

다만 재단 측은 "향후에도 사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해산설을 일축했다. 출범 1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사업 실적을 정리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허광무 화해치유재단 사무처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나머지 이사진도 사퇴할 것이란 일각의 의견은 잘못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해 만든 재단이고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달라고 정부가 주문해서 만든 것이므로 그분들께 해를 가할 행동은 재단이 해서는 안 된다"며 "취지에 따라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 등은 재단을 즉각 해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은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한일 합의 검증의 결과가 아닌 검증을 위한 그 시작이어야 한다"며 "지금 당장 재단의 활동정지와 해산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