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제7회 청년기업가대회 배너(~9/3)대학생 축제 MT금융페스티벌 배너 (~8/20)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쓰러진 이웃 나몰라라"…'착한 사마리아인법' 표류

"이웃 무관심도 처벌해야" vs "도덕적 의무일 뿐"…프랑스·독일 등은 관련법 마련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입력 : 2017.08.02 06:25
폰트크기
기사공유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운전면허가 없는 A씨는 올해 5월 자동차를 타고 대전시의 한 육교를 지나다 난간을 들이 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있던 B씨는 대동맥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A씨는 B씨를 병원으로 옮기는 등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B씨는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택시 승객들이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은 기사를 두고 떠나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한 뒤 1년이 지났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위험에 처한 사람에 대한 구조를 외면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발단은 지난해 8월 25일 발생한 택시운전기사 이모씨(62)의 사망사고였다. 당시 택시를 몰던 이씨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지만 승객들은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운전석에 꽂혀 있던 열쇠를 빼서 트렁크 문을 열고 골프가방 등을 꺼내기까지 했다. 이씨는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비정한 승객들은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법적 처벌은 어려웠다. 현행법상 위급한 사람을 구조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

이 사건을 계기로 관련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실제 법안도 발의됐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착한 사마리아인법' 이라는 별칭을 가진 법안을 지난해 6월 국회에서 발의했다. 강도를 당한 유대인을 사마리아인이 구해 치료한 내용이 담긴 성경구절을 따서 법안 이름을 지었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고의로 돕지 않는 경우 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해당 법안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불거졌다. 찬성하는 쪽은 개인주의가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도덕적 의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지한다. 주부 이모씨(60)는 "위급할 때 이웃의 어려움을 고의로 모른척 하는 것은 위험을 방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웃에 대한 외면이 잦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의무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이 같은 법안을 시행 중이다. 프랑스는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징역 5년, 불가리아·폴란드는 징역 3년, 독일·그리스 등에서는 징역 1년에 처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구조는 개인의 도덕적 의무일 뿐 강제할 수 없다고 맞선다. 괜히 도와줬다가 피해만 입는다는 의견도 많다. 직장인 김모씨(35)는 "몇 년 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아저씨가 술 취해 뒤로 넘어지려 해서 등을 받쳐줬더니 '넌 뭐냐'며 주먹질하고 욕설을 했다"며 "도와줘도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리얼미터가 지난해 9월 여론 조사한 결과 찬성 의견이 53.8%로 반대 의견(39.1%)보다 14.7%포인트 많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논란 속에서 여전히 계류 중이다. 박성중 의원실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등 때문에 법안 소위 단계에서 논의가 잘 안됐는데 이번 정기 국회 때 다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찬반 여론이 나뉘어 통과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이웃 구조에 대한 무관심이 화두다. 지난달 9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한 남성이 호수에 빠져 구조 요청을 하면서 허우적 거렸지만 10대 청소년 5명은 이를 목격하고도 방관했고, 남성은 결국 물에 빠져 숨졌다. 해당 영상이 확산되면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1월에는 미국 아칸소주에 사는 한 여성이 실시간 방송을 하던 도중 숨졌지만 20여명의 시청자들이 이를 지켜보기만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