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안방보험' 옥죄기, '日거품붕괴' 연구 결과?

지난해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중국은 최근 일본의 거품경제를 닮지 않기 위해 강력한 자본통제에 나섰다. /AFPBBNews=뉴스1

"중국 민간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해외 투자를 통제해야 한다."

중국 당국의 자국 기업 해외 투자 제재가 일본의 거품경제를 연구한 결과에서 나온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올해 초 19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본통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일본식 거품경제와 장기불황에 대한 연구를 주도했다. 중국 경제가 과거 일본을 닮아가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연구 결과가 정확히 언제 나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 4월 26일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지도부가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정치국 회의가 끝난 직후 중국 관영언론들이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 건전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선전하기 시작했다. 중국 지도부가 일본의 거품붕괴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앞선 조치에 나선 셈이다.

블룸버그는 “해당 연구보고서가 플라자합의(미국과 일본 등 선진 5개국의 환율 합의)부터 거품붕괴, 고령화 등 일본에 대한 방대한 주제를 다뤘다”며 “연구의 핵심 결론은 중국의 민간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해외 투자를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본격적으로 규제에 나선 건 지난 6월부터다. 안방보험, HNA그룹, 푸싱인터내셔널 등 당시 해외 투자를 늘리던 기업들에 자금을 빌려준 은행들이 조달 내역 제출을 요구받았다. 이후 과도한 대출과 주식 투기, 고금리 상품 투자 등에 대한 대대적인 옥죄기가 진행됐다.

골드만삭스 출신이자 영국 재무부 차관을 지낸 짐 오닐은 "중국 정부는 다른 나라의 실수, 특히 일본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며 "이는 일본식의 거품 붕괴를 경험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홍보창구인 국무원신문판공실(国务院新闻办公室)은 일본 연구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첸커밍(錢克明)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기업들은 문화, 스포츠, 호텔, 부동산 분야의 해외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해외 투자는 지난해 246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중국 당국의 규제가 시작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일본식 장기불황은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물론 공산당의 지배력도 약화할 수 있는 위험요소”라며 “중국 당국은 올가을 열리는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번 행사가 시 주석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자본통제가 중국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경제에 거품을 끼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6.5%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두 배 가까운 국민소득 증가 목표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컨설팅회사 로디엄그룹의 로간 라이트 중국시장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자본통제로 인한 부채감소 압력은 단기적으로 구조적 자금압박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면서 "중국 당국이 진정으로 경제 성장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서라도 장기적인 금융체계 발전을 준비하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