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일부 베네수엘라 채권 매매 금지…'제재 동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독재 강화로 국제사회 규탄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일부 채권 매매를 금지했다. 베네수엘라 정권의 자금줄 차단에 동참한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CS는 지난 7일부로 자사 트레이더들에게 일부 베네수엘라 국채 및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회사의 회사채 매매를 금지시켰다. 2036년 만기가 돌아오는 베네수엘라 국채 및 2022년 만기의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페트롤레오스 드 베네수엘라(PDVSA)의 회사채가 그 대상이다.


이와 함께 6월 1일 이후 베네수엘라 소재 법인이 발행한 모든 채권도 거래할 수 없게 했다. 아울러 CS는 베네수엘라 기업 및 베네수엘라 국적을 가진 개인과의 거래도 제한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입수한 사내 게시물에 따르면 CS는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태들과 베네수엘라 현 정권의 조치를 볼 때, 베네수엘라 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명확하다"며 채권 거래 중단 취지를 밝혔다.

이는 앞서 베네수엘라 국영회사 발행 채권을 헐값 매입해 뭇매를 맞은 골드만삭스의 행보와 대조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PDVSA가 2014년 발행한 채권 28억 달러(한화 약 3조2000억 원)어치의 채권을 8억6500만 달러(한화 약 9900억원)에 사들이면서 독재정권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베네수엘라는 독재 도구로 비판받는 '제헌의회' 출범 강행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13명의 베네수엘라 고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내 자산 동결 등의 경제 제재를 내린 데 이어, 9일에도 고위급 인사 8명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등 남미 국가들의 관세동맹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도 지난 5일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베네수엘라의 회원 자격을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베네수엘라 야권의 극심한 반발과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지난달 30일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했다. 의원 545명 모두가 친 마두로 인사로 구성된 제헌의회는 결국 4일 출범했다.

제헌의회는 출범 하루 만에 대표적인 반정부 인사 루이사 오르테가 디아즈 검찰총장을 해임하면서 독재 우려를 심화시켰다. 지난 4월 이후 반정부 시위에 따른 군·경과의 충돌로 120여 명이 숨졌고, 6일엔 반정부 무장세력이 군기지를 공격하다 진압되는 과정에서 2명이 사망하는 등 내부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