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 마케팅? '국뽕' 될라"…광복절 자취 감춘 태극기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롯데물산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70층 국내 최고 높이(304m)에 부착된 태극기(가로 35m*세로 24m)를 선보이고 있다.

광복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태극기가 거리와 매장을 수놓던 예년과 달리 기업들의 '애국심 마케팅'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 태극기가 빌딩 전면을 장식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거리에서 태극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14일 광복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요 백화점과 마트에서 광복절을 겨냥한 할인 행사가 진행되는 곳은 없었다. 광복절과 맞물려 애국심을 자극하던 예년과 다른 풍경이다.

2015년 당시 이마트의 광복절 마케팅 광고 /사진=이마트

광복절 관련 마케팅을 찾아볼 수 없는 2017년의 모습 /사진=이마트

이 같은 변화는 과거와 달리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 효과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지나치게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사이에서는 애국심 마케팅에 대한 비판적인 뉘앙스가 담긴 '국뽕'(국가+마약의 합성어)이라는 말도 사용되고 있다.

청년 실업난 등 속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공동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최근 몇년 동안 가장 유행한 말 중 하나가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 사회)'인 것만 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탄핵정국을 겪으며 국가주의적 성향이 강한 기성세대와 갈등이 심해지면서 젊은 세대의 '국뽕 혐오' 현상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남기현(25)씨는 "요즘은 영화에서 과도하게 애국심을 강조하면 오그라든다"며 "인터넷에서도 '국뽕'이라고 소문이나면 '일단 거른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탄핵 심판 이후엔 태극기만 봐도 '태극기 집회'가 겹쳐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하시마섬에서 고초를 겪은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군함도'는 개봉 당시 민족주의적 감정을 고취시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국뽕 영화' 논란에 휩싸이며 영화팬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고 류승완 감독이 직접 "애국심에 기댄 국뽕 영화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