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재건 탄력…토지신탁사 실적 고공행진

부동산신탁사들의 경영실적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인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하면 경영 성과는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토지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의 올 상반기 매출은 각각 1215억원과 99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각각 42%와 70% 급증했다.
　
두 회사의 수익도 크게 늘었다. 한국토지신탁은 당기순이익이 151% 늘고 한국자산신탁은 영업이익이 95% 증가했다.
　
토지신탁사들의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은 지난해 3월부터 적용된 개정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덕분이다. 토지신탁사들이 도시정비사업(재개발, 재건축) 단독 시행자를 맡으면서 회사 실적이 크게 늘었고 과거 어려움을 겪던 많은 정비사업장도 활로가 열렸다.
　
토지신탁사들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은 사업 초기부터 사업비를 투입하고 진행하는 차입형 토지신탁 방식이 대표적이며 사업비 조달 의무가 신탁사에 있어 자기자본이 큰 회사만이 참여할 수 있다.
　
차입형토지신탁은 신탁사가 토지를 위탁받고, 사업비를 조달해 직접 개발하는 것이다. 사업비는 최우선 변제대상이어서 분양사업이 원할히 진행되지 못하더라도 변제받을 수 있어 안정적이다. 전체 분양금액의 4~4.5%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정부의 규제 및 가계부책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신탁사의 주요 사업장이 규제에서 벗어난 지방이 많아 당분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그간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이나 자력으로 정비사업을 하지 못하던 곳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토지신탁사업 전망은 밝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대전광역시 용운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사업대행자(조합을 대신해 신탁사가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조합 없이 진행하는 ‘시행자’ 방식과 다름)로 선정됐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 재건축 시행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됐다.
　
올 하반기에는 부산 동삼1구역 재개발, 부산 범일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인천 학익1구역 재개발, 서울 흑석11구역 재개발 등 서울 및 수도권, 광역시에서 사업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상반기 수주잔액은 약 19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자산신탁(한자신)은 신탁회사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사업인 방배7구역 재건축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달에는 서초구 잠원동 소재 신반포4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발주한 재건축사업자 입찰에 단독참여해 선정 가능성이 높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소재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재건축 추진 단지가 신탁 재건축을 입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자신은 강남 최초로 현금 기부채납을 해 건축가구 수를 늘렸고 3.3㎡당 공사비도 주변 강남 지역 시공비(520만원)보다 저렴한 425만원선으로 제시했다.
　
한자신은 부동산개발 및 금융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MDM그룹의 자회사로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신규 수주액은 역대 최고인 2270억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약 1340억원을 수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건설부동산업계 전문가는 “토지신탁사 사업지역은 비규제지역이 많아 ‘8·2 부동산대책’으로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는다”면서도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속도가 느려지면 신규 수주가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도시재생이 본격화하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