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이면 40만원 할 걸요?"…文우표 사재기 기승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우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 /사진=남궁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우표 판매가 시작되기 전인 17일 오전 6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우체국 앞에는 20여명의 시민들이 줄을 섰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서로 낯이 익은 듯 이름을 부르며 우표의 판매 수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30여년째 우표를 모으고 있다는 김모씨는 "우체국에 모인 이들 가운데 전문 우표상이나 리셀러(정가 구매 후 높은 가격에 되파는 이들)가 상당수"라며 "특히 이번 우표는 수집상들 사이에서 관심이 뜨겁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우표 수집가는 "이번 기념우표는 당장 10~20만원을 넘나들 것"이라며 "아마 다음달이면 40만원이 넘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 이날 오전 9시부터 판매를 시작한 가운데 기념 우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차익을 노린 사재기가 기승을 부려 씁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 기념 우표는 판매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문재인 우표'는 며칠간 연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고, 우정사업본부에는 문의 전화가 몰렸다.

문 대통령의 기념 우표 사재기가 활발한 것도 이 같은 인기 때문이다. 희소성이 있는 상품을 한꺼번에 구매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려는 것. 공식 판매에 앞서 시작된 온라인 판매에서는 한 사람이 수십장의 우표를 샀다는 인증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온라인 판매는 주문폭주로 지난 10일 조기 중단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우표를 사기 위해 판매 개시 전날 새벽부터 줄을 선 시민들 /사진=신현우 기자

이 같은 모습은 현장판매에서도 드러났다. 우정사업본부가 사재기를 막기 위해 1인당 우표첩 1개, 소형시트 10장, 기념우표 전지 5장, 봉투 1장으로 구매수량을 제한했지만 소용 없었다. 현장에선 한번 구매한 이들이 다시 줄을 서 또 구매를 하고, 가족을 동반해 기념우표를 구매하는 이들이 목격됐다. 한 시민은 기자에게 신용카드를 건네며 대신 '기본세트'(우표첩, 소형시트, 전지, 봉투를 이르는 용어) 하나를 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서울시내 한 우체국에 나온 한 우표상은 "재판매를 하려면 우표 관리가 생명"이라며 "절대 구김이 가게 하거나 지문을 남기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우표를 철저하게 관리하려는듯 보였다.

특히 단 2만여개만 제작된 '우표첩'은 우표상을 포함한 리셀러(상품을 웃돈을 받고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의 주요 표적이다. 우표첩은 수량이 적을 뿐 아니라 소형시트, 기념우표, 봉투는 물론 14장의 우표에 문 대통령의 생애를 담은 '나만의 우표'까지 포함돼 기념품으로서 가치가 높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표첩의 인기를 반영해 추가 생산 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히 수요 대비 판매수량이 적다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우표를 판매하는 중고사이트 게시글 /사진=중고나라

이날 오후 중고거래 사이트에도 기념우표 판매글이 수십개가 올라왔다. 정가 2만3000원인 우표첩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에 육박했다. 판매자가 구매할 가격을 제시하라고 하자 "30만원에 사겠다"고 밝힌 이도 있었다.

물량이 부족해 우표를 구매하려 했지만 실패한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우체국에서 1시간여를 기다렸다는 김모씨는 "순수하게 문 대통령을 좋아해서 우표를 구매하려했는데 허탕을 쳤다"며 "좋은 의미로 발행한 우표를 돈벌이를 하려고 사는 이들 때문에 구할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