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 주범 '공매도' 오해와 진실은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주가하락으로 인해 기업과 소액주주의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매도는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수급을 악화시켜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리는 게 사실이다.

◇셀트리온·하나투어·호텔신라 (57,500원 ▲500 +0.88%)…공매도 피해에 눈물 흘린 기업들=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이 그랬고 하나투어, 호텔신라도 비슷한 사례다.


셀트리온은 2012년 11월 한때 하루 주식거래의 50% 이상이 공매도였고 주가가 급락한 2013년 4월에도 공매도 공격을 받았다. 2013년 4월 1일 주가는 5만3100원에서 4월22일 2만6650원으로 20여일 만에 반토막이 났다. 하나투어 (63,700원 ▲3,800 +6.34%)도 2015년 11~12월 하루 평균 10%가 공매도 거래였고 이로 인해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호텔신라 역시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미래에셋대우 분석에 따르면 주간 단위로 공매도 비율(공매도 거래량/상장주식수)이 높았던 그룹과 낮았던 그룹의 주가 수익률은 연평균 각각 -4.8%, 3.4%를 기록했다. 그만큼 주가 차별화가 컸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시장 평균과 비교해 공매도 비율이 높은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확률은 40% 가량 부진했다"며 "약세장에서는 시장평균 보다 하락하는 사례가 70%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시장이 좋았던 올해도 있었다. 연초 코스맥스비티아이와 환인제약의 경우 공매도가 급증해 주가 급락이 나타났다.

◇중장기 주가는 결국 기업가치에 달려있어= 이처럼 공매도의 부정적인 측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볼 때 주가는 결국 기업가치를 반영해 정상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해주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셀트리온 주가는 2013년 4월 2만원대 후반에서 현재 11만원대로 5배 넘게 올랐다.

공매도를 이겨낸 기업들의 사례도 주목할 만 하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셀트리온의 거래량 가운데 공매도가 차지한 비중은 평균 5.92% 수준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의 공매도 비중은 6.25%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셀트리온보다 공매도에 더욱 시달린 셈이지만, 장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업가치였다는 얘기다.

오뚜기 (414,000원 ▼14,500 -3.38%)는 올 들어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린 종목이다. 1월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한 비중은 17%에 육박했고 상반기 평균은 12%가 넘었다. 그럼에도 실적개선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는 연말 66만2000원에서 현재 75만5000원(23일 종가)까지 올랐다.

증권가에서 공매도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한번 나온 공매도는 언젠가 상환(숏 커버링)돼야 한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공매도 출회→숏 커버링→상환→대차잔고 감소’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매도 종목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수세 유입으로 연결된다.

한국투자증권이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코스피100 종목에 편입된 종목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 누적 수익률은 △롱 전략(주식매수) 73% △숏 전략(공매도 전략) 6.5% 손실로 나타났다.

◇공매도 전략만 펼칠 경우 투자손실 발생해= 이 같은 사례를 종합하면 공매도도 기업가치를 이겨낼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규제론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공매도가 수급 불균형을 야기시켜 단기적으로 주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가하락→매물출회→손절매'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한번 만들어지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신용거래가 많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손절매가 한번 나오기 시작하면 반대매매와 깡통계좌 발생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가 상승과 하락의 '배수법칙'이라는 사각지대도 있다. 주가가 50% 하락하면 원금대비 반토막이 나지만, 이 상태에서 원금을 회복하려면 100%가 올라야 한다. 하락은 쉽고 상승은 어렵다는 것이다.

공매도의 경우 한미약품 사태처럼 악재와 관련한 내부정보를 가지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국내외 증시에서도 위기 상황에선 공매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후 국내에서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2009년 6월부터 비금융주에 대해 공매도를 재허용한 이후 2013년 11월에는 금융주에 대해서도 공매도를 다시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