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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대기업 입사"…韓명문대생도 뛰어든 '日취업'

[日취업 열풍 ①]"국제적이고 성실한 韓청년 선호"…日취업자 "복지좋고 수평적·개인적 문화 만족"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입력 : 2017.09.09 03:00|조회 : 39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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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대기업 하반기 공채가 시작됐다. 채용규모가 늘었다지만 여전히 바늘 구멍이다. 한국 청년실업률은 10.5%. 열 명 중 한 명은 의지와 무관하게 쉬고 있다. 반면 옆나라는 다르다. 저출산 고령화로 구인난에 허덕이는 일본에 많은 한국 청년들이 향하고 있다. 사내 복지나 문화 등이 한국 보다 낫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더욱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 취직한 후 몇 년만에 돌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본에 건너가 일하는 한국 청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일본 취업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아마존재팬? 라쿠텐? 나도 여기 가고 싶어.”

대기업들의 하반기 공채가 시작되면서 9월 대학가가 분주하다.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취업박람회장. 열기가 문 밖에서부터 느껴졌다. 입장 전부터 취업정보 자료를 받기 위해 20여분 줄을 섰다. 들어서자마자 일본기업 채용관이 눈에 띈다. 일본 일자리를 알아보는 학생들이 늘면서 국내 대학 취업박람회에서는 처음으로 일본기업관이 따로 마련됐다.

학생들은 '일본취업'이라는 글씨를 보고 멈춰서 홍보책자를 들여다보거나 유명 일본기업 이름을 대며 “일본취업 하고 싶다”, “어렵지 않다더라” 등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일본취업대행사 네 곳 모두 상담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력난이 심한 일본에서 외국인 근로자 수요가 늘면서 한국 청년의 일본 취업 열풍이 거세다. 한국 청년도 상대적으로 취업이 쉽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좋은 일본기업을 선호한다.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일본기업전용관에서 구직자들이 일본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일본기업전용관에서 구직자들이 일본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구인난 日 "성실하고 국제감각도 탁월…韓청년들 많이 오세요"

일본은 지난 6월 실업률이 2.8%로,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에 접어들었다. 구인난 속에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후생노동성·문부과학성의 지난 4월 조사에 따르면 올 봄 일본 내 대학졸업생 취업률은 97.6%다. 심각한 인력난에 원동력이 꺼질 위기에 처한 일본은 외국인 고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 내 외국인 근로자는 108만3700여명. 전년 대비 19.4% 늘어난 것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100만명을 넘은 건 처음이다.
/그래프=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프=임종철 디자이너
특히 한국 청년들에 대한 '러브콜'이 거세다.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은 지난해 4만8121명으로 2008년 2만611명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무역협회 등이 주최한 '일본기업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일본기업은 50곳으로 지난해 36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일본취업 관계자들은 한국 청년들의 강점으로 비슷한 문화권으로 적응력이 뛰어나고 글로벌 감각이 탁월하다는 점을 꼽는다. 일본취업컨설팅사 런스커리어 대표 가스가이 모에는 "한국인은 한국어·일어·영어, 심지어 중국어·프랑스 등에 능숙하고 국제적 시야를 가져 일본 회사가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일본청년과 달리 세계시장에 도전하려는 등 진취적이라는 것. 그는 또 "동남아권 외국인은 같은 아시아라도 일본인 직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데, 한국인은 잘 융화된다"고 강조했다.

성실성도 높이 평가받는다. 일본취업대행사 인텔리전스 이수아씨는 "지난해 한 일본 대기업이 엔지니어로 한국인을 5명 채용했는데, 직원들이 부지런해 만족도가 높아 올해는 한국인을 두배 이상 뽑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일본 취업정보 사이트의 구인 공고. 한국인도 뽑고 있는데, 영어와 일본어를 요구한다. 일본어가 부족한 지원자에게는 입사 이후 일본어 교육도 제공한다.  /사진=톱커리어 캡처
일본 취업정보 사이트의 구인 공고. 한국인도 뽑고 있는데, 영어와 일본어를 요구한다. 일본어가 부족한 지원자에게는 입사 이후 일본어 교육도 제공한다. /사진=톱커리어 캡처

◇韓 보다 日 대기업 입사 쉬워… "3개월~1년 준비해 모두 취직"


일본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한국 보다 일본 취업 문이 넓다고 입을 모은다. 도쿄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한국인 A씨는 "같이 일하는 한국인 3명이 있는데 모두 한국서 대기업은 꿈도 못꿨다"며 "일본어만 잘한다면 한국인은 영어 등 다른 스펙에서 경쟁력이 있어 좋은 회사에 지원해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어가 부족한 외국인 직원들에게는 입사 후 일본어 교육을 제공하는 곳도 많다.

소위 '스카이(SKY)'로 분류되는 최상위권 대학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B씨는 "학점·대외활동 등 다양한 스펙을 쌓았지만 졸업 후 1년 넘게 취업에 실패했다"며 "일본 취업으로 방향을 틀고 구직 3개월여 만에 오사카 근처 한 일본 기업에 취직했다"고 말했다.

일본도 공대·IT계열을 선호하지만 한국보다 전공을 신경쓰지 않아 문과 졸업생에게도 기회가 많다. 가스가이 대표는 "서울 소재 대학 150여명 회원 중 3개월~1년 일본취업을 준비해 취직되지 않은 사례는 없다"며 "문과 출신 중에 아사히, 로손, 아마존재팬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들어간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일본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런스커리어 페이스북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일본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런스커리어 페이스북
◇사택·통근비 등 복지 좋아…'칼퇴'에 '저녁있는 삶'

일본 취업에 성공한 한국 청년들은 일본 사내 문화가 수평적인데다 사택·통근비 등 복지가 좋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의 중소 이상 규모 기업은 대개 통근비나 기숙사 등 사택을 제공해 사회 초년생들이 돈 모으기가 한국 보다 쉽다.

오사카 소재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씨(25)는 "기숙사비 월 2만엔(약 20만원)에 조식·석식도 포함돼있다"며 "보너스까지 연봉 300만엔(3000만원) 후반대를 받는데 대부분을 저축한다"고 말했다.

상명하복·권위주의 문화가 여전한 한국 회사와 달리 개인생활을 존중하는 문화도 일본 기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후쿠오카에 거주하는 회사원 노가미다 마도카(25)는 "회식은 송년회를 비롯해 일년에 한두번 하고 일을 끝내면 상사가 일하고 있어도 주저없이 퇴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광고회사 덴쓰 직원이 야근 누적으로 숨진 뒤 정부가 야근을 강력 규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취업의 매력에 한국기업을 배제하고 일본기업을 목표로 준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양대 기계공학부 4학년에 재학중인 김모씨(26)는 "한국서도 취업이 잘되는 학과지만 복지와 ‘워라밸’이 좋아 일본에서 취업하고 싶다"며 "취업만 된다면 도쿄가 아니어도, 중소기업이어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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