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의 명견만리

새 정부의 두 번째 부동산대책은 강력했다. 과열로 치닫던 지역의 집값은 안정되거나 하락세로 돌아섰다. ‘8·2 부동산대책’은 규제를 강화한 측면도 있지만 ‘서민 주거 안정’과 ‘소득 주도 성장’의 정책목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고 투기수요를 억제할 것이 분명해 보이면서도 수년 뒤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은 걱정이다. 8·2대책이 투기수요 근절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실수요 주거 지원 및 주거의 질을 높이려는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나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7.1% 늘린 429조원으로 정했다. 증액된 부문은 ‘소득 주도 성장’을 이끌 보건·복지·노동분야에 집중됐다. 이는 재정지출로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을 늘려 소비를 늘리고 일자리도 창출해 2%에 머물러 있는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정부 의도대로 정책이 효과를 보면 소비뿐 아니라 저축과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이 경우 ‘내집 마련’의 욕구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규제 강화로 집이 안 팔리면 건설사들은 새집을 짓는 데 신중할 것이다. 이는 3~4년 후 공급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새집이 부족해지면 집값은 다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
　
최근 상권이 팽창하는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지역환경이 개선돼 중산층 이상 사람이 몰리면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섰지만 한계가 있다. 환경이 좋아지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시세가 오를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100여년 전 미국 뉴욕 맨해튼이 급격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고층빌딩이 세워지는 속도에 비례해 빈민층구호소가 늘어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사회의 부가 증가하는데 빈곤층이 사라지지 않고 늘어나서다. 그는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지 않는 한 사회적 진보에 따른 부의 증가는 토지주에게 귀속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다 해도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억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방식이 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잦은 이사로 부를 축적하려는 성향이 나타나는 것은 냉·온탕을 수시로 오간 부동산대책에 따른 학습효과라 할 수 있다. 다음달 발표될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새 정부의 장기 안목이 담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