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학교" 초중고 대학까지 폭력…피해자는 어디로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최근 학교폭력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비판이 커진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장 먼저 연락할 수 있는 학교와 경찰마저도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벌어진 일명 '집단 하키채 폭행사건'을 겪은 대학생들은 과거에도 유사 사건으로 신고를 했으나 경찰과 학교가 적절한 사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본지 9월11일 보도 [단독]순천향대 하키채 집단폭행…체대서는 왜? 참고)

13일 충남 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2014년 11월 5일 오후 4시33분쯤 경찰은 한 순천향대 체대생으로부터 "선배들이 체대 건물에 모이라고 했다. 구타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신고를 받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학생처 관계자에게 모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답변을 받고 돌아갔지만 이날 오후 5시10분쯤 또 다시 신고를 받았다.

학생들이 체대 건물 3층에 모였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전달 사항이 있어 잠시 모였다"는 체대 조교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철저한 관리를 요청하고 철수했다.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파출소는 범죄 예방 차원에서 초동조치를 하는 곳"이라며 "당시 할 수 있는 정상적 조치는 다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당시 경찰과 학교가 사후 점검과 예방 교육 등에 더 신경 썼다면 학교폭력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학교 체대생 A씨는 "당시 경찰이 학교에 왔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며 "학교도 큰 반응이 없어 어디에다 문제를 알려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대응이 도마에 오른 것은 초·중·고등학교 폭력 사건에서도 종종 있었다. 올해 6월 부산 사상구에서 여중생 B양(14)이 1차로 폭행을 당한 뒤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2차 폭행이 뒤따랐다는 비판이다.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교사들은 사법 전문성이 없는 교사가 업무를 전담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서울 노원구 한 고교 교사 이모씨(27)는 "교사가 경찰도 아닌데 학생 간 잘잘못을 가리고 학교폭력 분쟁을 해결해야 해 문제가 많다"이라며 "전문가를 중심으로 학폭위가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다수 대학은 학교폭력을 다루는 조직도 없다. 교육부 관리망에도 대학 안 학교폭력은 사각지대다. 교육부 관계자는 "400여개 대학에 대한 학교폭력 실태를 일일이 조사하기 어렵다"며 "대학 자율에 학교폭력 관리를 맡긴 뒤 사후 문제가 생기면 조치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용인 Y대학의 한 체대 신입생 신모씨(19)처럼 폭행과 가혹행위에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자퇴를 선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기 때문에 학교폭력 사건은 신속히 해결돼야 한다"며 "하지만 학내 기구가 분쟁 해결에 늦장을 부리거나 대처를 제대로 못하면서 문제가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행히 언론 보도 이후 학교별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순천향대는 집단 하키채 폭행사건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학내 인권센터를 마련하고 피해 사례 조사에 나섰다. 용인 Y대학은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선배가 직접 후배를 지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훈련 때 지도교수가 반드시 참여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학교폭력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에 비해 추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믿고 알릴 만한 곳이 부족한 점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