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0억원대 육류담보대출 사기 45명 재판행

서울 동부지방검찰청 / 사진=뉴스1

검찰이 수입육을 담보로 금융기관을 속여 5700억원에 달하는 대출사기를 저지른 일당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의 수사가 일단락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박진원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 등으로 수입육 유통업자, 대출중개업자, 창고업자와 이들에게 금품을 받은 금융기관 직원 등 16명을 구속기소하고, 29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육류담보대출은 고기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동산담보대출의 한 종류다. 육류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한다.

유통업자는 이를 토대로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고 이후 고기를 팔아 되갚는다. 대출이자율이 연 8% 수준으로 높아 보험사·저축은행 등 주로 2금융권에서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해왔다.

이번 사기 사건의 최대 피해 기업은 동양생명으로 약 3800억원의 손실을 봤다. 한 육류유통업자의 대출금 연체액이 급속히 불어나자 동양생명은 자체점검에 나서 여러 금융기관에서 중복대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말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총 14개 금융기관이 순차적으로 고소를 제기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육류담보대출 사기를 크게 세 가지 형태로 확인했다. 우선 수입육의 품목이나 가격을 속여 담보 가치를 허위로 부풀리는 방식이다. 실제로는 소의 위 부위인 '깐양'을 창고에 보관했으면서 평가서에는 4~5배가 비싼 '양깃머리'로 적는 식이다.

품질에 따라 가격편차가 커 시세확인이 어려운 '항정살'과 '도가니' 시세를 4~5배 부풀려 평가액을 과장하기도 했다. 육류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금융기관은 대출중계업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속이는 것이 가능했다.

/사진제공=검찰

또 하나는 중복 대출이다. 창고업자들은 하나의 수입육으로 여러 금융기관에 '이체확인서'를 발급해 중복 대출을 도왔다. 이밖에 수입육 유통업체들끼리 서로 허위 매출을 발생시켜 금융기관의 대출한도를 키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모씨(46) 등 금융기관 직원 4명은 창고에 보관 중인 수입육의 실태를 확인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대출한도를 계속 증액시켜 피해가 커지는 것을 방치했다. 이들은 수입육 유통업체로부터 3000만~1억300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몰래 받고 업체의 편의를 봐줬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이 사기로 대출받은 대출금은 대부분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는 속칭 '대출 돌려막기'에 쓰였다. 수입육 유통업자들은 수입육 가격 하락과 환율 급등 등으로 2010년부터 기존 대출금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검찰 관계자는 "육류담보대출은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담보물 가액에 대한 정확한 감정과 담보 관계에 대한 공시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노출했다"며 "대출중개업자 외에 제3의 주체가 담보물을 감정하게 하는 방안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