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권 신용대출 증, 타업권 대환이 많을 것"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와 관련해 기존 대출에 대한 대환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이하 카뱅)의 신용대출이나 KB국민은행의 경찰 전용 무궁화대출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를 제공하자 카드, 캐피탈 등에서 받은 기존 대출을 상환할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의 순수 증가분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에 나섰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9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용대출이 순수하게 늘어났다기보다는 다른 대출에서 전이된 게 많다"며 "순수하게 얼마나 늘어났는지 분석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대출을 안했던 사람들이 인터넷전문은행(카뱅)이 생겼다고 대출을 새로 받은게 아니다"며 "어딘가는 그만큼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보면 증가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대출 총량 자체는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지난 8월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액은 3조원으로 7월 1조10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커졌다. 지난 7월26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카뱅 신용대출과 KB국민은행의 경찰공무원 전용대출인 무궁화대출이 각각 1조원씩 늘었다. 기존 신용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대출자들이 몰려든 까닭이다. 카뱅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는 연 2.88%, 무궁화대출은 연 1%대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융당국은 이날 간담회에서 집단대출 및 자영업자대출에 대한 점검 강화도 주문했다. 특히 강화된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한 사업자대출, 신용대출의 편법적 취급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주까지 은행들의 자체점검 결과를 모두 취합한 후 이를 토대로 현장점검 대상 및 시기, 기간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는 안정화되고 있다. 지난 8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8조8000억원으로 7월 9조5000억원, 지난해 같은 달 14조3000억원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됐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지난 7월까지 확대되다 지난 8월 3조1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7000억원 감소했다.


당국은 올해 상반기 금융권이 가계대출을 적절하게 관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하반기 부채 증가 경향을 생각하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김 부위원장은 간담회에서 "하반기 가계대출은 이사수요, 연말특수 등으로 상반기보다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분양 예정 물량이 많아 집단대출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8·2부동산대책 효과가 본격화될 경우 신용대출 등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전 업권이 가계부채 관리의 취약 요건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역시 당국의 정책 방향에 맞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풍선효과가 없는지, 규제회피가 없는지 잘 살펴보고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과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업권별 금융협회 담당 임원,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권 신용부문 담당 임원이 참석했다.

당국은 다음달 중순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앞두고 금융권이 철저한 사전 준비에 나서줄 것도 당부했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신DTI(총부채상환비율)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방안, 취약차주 지원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고객데이터 분석, 자체모형 구축 등 신DTI, DSR 시행을 위한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DSR은 개인의 모든 부채의 원리금을 산정해 연간 상환능력을 평가한다. 다만 마이너스통장과 전세자금대출의 경우에는 각각의 특성에 맞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부위원장은 "마이너스통장을 설정 한도까지 적용하면 DSR이 너무 확 늘어날 수 있다"며 "한도 평균이나 기간 등을 살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취약차주 지원의 경우 시행이 늦어질수록 차주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대책발표 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연체금리 수준 및 산정방식 점검, 프리워크아웃 등 채무조정 절차 정비를 위한 자체적인 제도개선 작업도 차질없이 준비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