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비밀회동…'시진핑 2인자' 왕치산 vs '트럼프 오른팔' 배넌

머니투데이

신혜리 기자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비밀리에 베이징을 방문해 왕치산 중앙당 기율위 서기를 만났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왕 서기는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말부터 당 기율위를 이끌며 거물급 부패 인사를 내몰고 시진핑의 권력 기반을 굳힌 인물이다. 당 서열은 6위이지만, 사실상 시 정권 2인 자로 통하며 중국 내에서도 시 주석 외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배넌은 홍콩에서 중국 국가소유의 투자은행인 CLSA의 투자설명회를 마치고 비밀리에 중국 최고위 권력층의 집단거주지인 중난하이에서 왕치산을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먼저 배넌 측에 홍콩 방문차 만나자는 제의를 건넸다고 FT는 전했다.

배넌은 중국에 대해 더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무역전쟁을 예고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의 설계자로도 유명하다.

중국 당국이 반중론자인 배넌과 회동을 추진한 것은 그가 홍콩 연설에서 다룬 경제 민족주의와 포퓰리즘 운동에 관해 물어보기 원했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이날 왕치산은 배넌과 90분간 면담을 한 거로 알려졌지만,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면담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배넌은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를 주도하면서 연설과 발언을 직접 수정하는 등 트럼프의 ‘오른팔’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지난 8월까지 백악관에서 수석전략가로 일하면서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것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트럼프에 탈퇴를 조언했다.

그러나 존 켈리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입성하면서 그는 백악관에서 나와 보수 성향을 지닌 ‘브라이트바트’ 뉴스를 설립했다.

배넌은 홍콩에서 열린 포럼에서 그가 백악관을 떠난 이유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을 지지하는 ‘윙맨(조력자·바람잡이)’이 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얼마 전 타임지는 커버스토리로 배넌을 다루며 “위대한 조정가”라고 타이틀을 붙였다.

왕치산은 올해 69세로 68세면 상임위를 떠나야 하는 규칙에 따라 공산당의 19차 당 대회에서 상임위를 떠나야 한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오른팔인 왕치산을 상임위에 남기려 하고 있다.

언론들은 그가 상임위를 떠날 예정이라고 보도해 왔지만, 이번 왕치산과 배넌 만남을 근거로 시 주석이 임기 후반에도 그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이 매체는 내다봤다. 왕치산은 주로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대미 무역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