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사장 구속…KAI 정·관계 로비 드러날까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사진=이기범 기자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23일 구속되면서 검찰의 KAI 경영비리 수사가 정·관계 로비로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관계 로비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이른바 '친박계' 등 구 여권 핵심인사들이 타깃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새벽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하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KAI 경영비리의 정점으로 지목돼온 하 전 사장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검찰의 KIA 수사는 큰 산을 넘어서게 됐다.


검찰은 하 전 사장이 자신의 연임 등을 위해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펼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 전 사장은 박근혜정부 초기인 2013년 5월 사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했다.

검찰은 21일 하 전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뇌물공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배임수재 △범죄수익은닉 △상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횡령, 배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뇌물공여와 위계에 위한 업무방해는 KAI 신입사원 공채에서 고위 공무원 등의 자녀를 부당하게 합격시켜 실질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준 데 적용된 혐의다.

KAI는 사천시 고위관계자, 군 고위장성, 언론인 등 유력인사의 청탁을 받아 신입사원 등 10여명을 부정채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하 전 사장이 한 친박계 국회의원의 동생인 케이블방송 간부급 인사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은 뒤 자신의 측근인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밖에도 하 전 사장이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 등을 건넸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하 전 사장이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다시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이를 빼돌렸다는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KAI는 2013∼2014년 임직원 선물 용도로 52억원 어치의 상품권을 구매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17억원 어치는 용처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정관계 로비에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 전 사장은 지난 19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기자들로부터 '정치권에 비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이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하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분식회계를 통해 실적을 부풀리고,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하 전 사장이 연루된 분식회계 규모는 총 5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하 전 사장이 KF-X(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 등과 관련해 진행률(공정률)을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회계분식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