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정말 오를까?…'저유가 끝' vs '아니다' 팽팽

원유시장이 지난 3년간의 횡보세에서 벗어나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배럴 당 60달러 벽을 넘어설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원유 강세장…유가 80달러대까지 간다' 전망

조디 건즈버그 S&P다우존스지수 원자재 및 실물자산 지수 담당 대표는 2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원유시장의 펀더멘털이 바뀌고 있고 시장의 수급 균형이 다시 맞춰지고 있다"며 "유가가 최고 배럴 당 80~8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배럴 당 50달러대에서 장기간 거래되고 있는 유가가 즉시 80달러대까지 오르진 않겠으나,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새로운 수급 균형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감산 합의와 중국의 수요 증가가 새로운 균형을 만들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그는 지목했다.

그는 "구조적인 백워데이션(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해져 현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높아지는 현상)과 공급부족이 존재하고 있다"며 "미국 셰일오일이 공급부족분을 메운다 해도 하루 안에 이를 채울 순 없다"고 지적했다.

건즈버그는 브렌트유 시장이 기술적으로 강세장에 들어갔다고도 평가했다. "브렌트유는 6월 이후 30%가 올랐고 서브텍사스산원유(WTI)도 23% 상승했다"며 "우리는 지금 강세장에 있다"고 말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25일 배럴 당 59.02달러로 2015년 7월 후 고점을 기록했다. 이라크 쿠르드족이 독립투표를 강행하자 레체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 지역을 지나는 송유관을 차단하겠고 위협하면서다.

◇OPEC 감산 효과 있다 말하기 아직은 어려워

그러나 유가 추가 상승에 회의적인 시각도 아직은 상당하다. IHS의 스펜서 웰치 연구원은 OPEC의 감산 노력이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OPEC의 감산노력이 마침내 효과를 불러왔고 원유 시장이 최근 3년 새 가장 낙관적이란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3분기 원유시장의 강력한 수요가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로열 더치 쉘의 벤 반 뷰어든 최고경영자(CEO)도 유가 전망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같은 날 CNBC '매니징 아시아'에 출연해 "2020년 말 유가가 배럴 당 60달러 정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가가 50달러대인 만큼 보수적인 전망치다.

그는 "원유 수요 증가세가 상당히 지속적인 건 상대적으로 명확하지만 공급을 전망하기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OPEC과 미국의 셰일 생산 등 유가에 핵심적인 각 주체의 결정이 서로에게 계속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공급 측 전망을 단언하기 어렵단 설명이다.

일각에선 중국과 인도의 전기차 사용 확대 추진이 장기적인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S&P글로벌의 계열사인 에너지 컨설팅사 피라는 중국과 인도가 계획된 기간 안에 내연기관차 퇴출을 달성해 전 세계 전기차 비중이 2040년 40%로 늘어난다면 세계 원유 수요가 2030년대 초반에 근본적인 정체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라는 2040년까지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10% 이상이 줄어들며 유가는 최대 배럴 당 20달러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