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초읽기…'도미노 정계개편 촉발하나' 정치권 술렁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7.10.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통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치권은 자연스레 술렁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1당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기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 논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강파간 연대 등 ‘도미노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주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오는 17일 또는 18일 회의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지난달 13일 혁신위원회의 권고안대로 이들에 대해 ‘자진 탈당’을 권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친박계 현역 의원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경우 출당을 결정하려면 소속 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해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과 다른 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보수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를 포함해 친박계 인적 청산을 내세워왔다. 한국당의 인적 청산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양당의 통합 명분이 얼추 갖춰지게 된 셈이다. 이미 양 당은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당대당 통합'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그러나 바른정당 내 자강파의 거센 반발로 '당대당 통합'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바른정당 통합파도 당대당 통합이 어려울 경우 탈당 후 한국당 합류를 선택지로 남겨놓은 상태다. 사실상 개별 탈당을 통한 한국당 복당을 위한 명분 확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우 바른정당은 분당과 동시에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는 대위기를 맞게 된다. 현재 개별 탈당을 감행할 바른정당 의원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을 비롯해 10명 안팎이다. 20명 규모의 바른정당은 절반 규모로 쪼그라드는 한편 국회 내 사무실 공간과 정당 보조금도 대폭 축소된다. 정당 활동 자체가 힘들 수 있다. 바른정당 탈당 숫자와 상관없이 바른정당이 붕괴되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중진 국회의원은 "재정적 지원이 사라지면 남은 사람들도 결국 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유승민 의원 등이 정의당 형태의 정당 활동을 각오한다고 해도 그에 동참할 수 있는 인원이 몇명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될 경우 국민의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이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다. 최근 바른정당 분당이 가시화되면서 바른정당 내 자강파 의원들과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 양당 간 특별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오가기도 했다. 이미 바른정당 소속의 남경필 경기지사가 있는 경기도의회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국민바른연합'으로 교섭단체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의 손을 잡을 유인이 있느냐는 것인데 현 상황으로선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당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특별 교섭단체 구성은 양당 모두 독자적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을 경우 가능한 시나리오로 제기된 것이다. 대선 이후 국민의당 내에서도 호남 지역 의원들이 상당수 민주당으로 옮겨 분당된다면 두 당이 중도개혁 노선을 공통분모로 손잡고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포석이었다.

국민의당은 대선 이후 여당과의 협치를 두고 롤러코스터를 타긴 했지만 비교적 여당에 협조하는 쪽을 선택해왔다. 더구나 최근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으로부터 연정 수준의 연대에 관한 제안을 받으면서 향후 통합 가능성까지 떠오른 상태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정당 자강파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안에 대해 “안 그래도 어려운 당이다. 당내외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고 제안한다”며 논의 자제를 충고했다. 박 전 대표는 "아무런 준비없이, 느닷없는 민주당의 연정 제안에 국민의당은 분명한 입장을 정리했다”면서 “국민의당은 국민의당이다. 정당은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바른정당과 연대론이 민주당과의 연정 내지는 통합을 오히려 부채질할 수 있음을 에둘러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민주당과의 관계를 두고 국민의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시점은 지방선거 이후, 차기 총선 직전이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전에 바른정당이 유의미한 연대 파트너로 존재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더 크다.

한편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정계개편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합류하는 의원 수가 15명을 넘으면 한국당에게 원내 1당 자리를 뺏기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현재 의석수는 107석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에 14석 모자란 상태다.

한국당이 제1당으로 올라서면 내년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직은 물론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민주당이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 경우 여소야대 국면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여 민주당 내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등의 정계개편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