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네이버 법률]경찰 '함정수사'…네티즌 84%가 '찬성'

/그림=법률N미디어 인턴 한민경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범인은 비 오는 날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삼는다. 경찰은 이런 특성을 이용해 여경이 직접 빨간 원피스를 입고 거리를 나서게 한다. 연쇄 살인범에게 살인을 유도하기 위해 '함정수사'를 벌인 것이다.

수사기관이 범죄를 교사하거나 방조해 용의자가 범죄행위를 하도록 유도한 뒤 현장범으로 잡는 함정수사에 대해 네티즌들이 10명 중 8명꼴로 찬성 입장을 보였다.

네이버 법률과 네이버 지식iN이 지난 8일부터 1주일간 "함정수사를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찬반 투표 조사를 한 결과, 네티즌 83.6%(15,291명)이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함정수사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16.4%(3,003명)에 그쳤다.


◆ 단순 '신분 위장'과 '함정수사'는 다른 개념

최근 한 정치인 아들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긴급 체포되는 과정에서 함정수사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그는 즉석 만남 앱에서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찾던 중 위장한 수사관과 채팅을 했고, 마약을 소지한 상태로 현장에서 붙잡혔다.

함정수사를 위장수사라고 혼동해서 쓰는 경우도 있는데,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위장은 단순히 경찰이 신분을 감추거나 변장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이른바 '강남역 스타킹 테러' 범인의 경우 위장 수사에 덜미가 잡혔다. 범인인 30대 남성은 2015년 말부터 강남역 일대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들의 스타킹에 먹물을 뿌렸다. 그는 여성들이 화장실에 스타킹을 버리면 몰래 들고 나와 성적욕구를 채우고 다시 버렸다.

수사관은 범인이 이용하던 건물 앞 포장마차 상인으로 위장해 잠복했다. 이처럼 경찰이 수사를 하면서 다른 직종의 사람으로 위장하는 것을 위장수사라고 한다.

이와 달리 함정수사란 미리 함정을 만들어 범인을 색출하는 수사 기법이다. 도로 갓길에 숨어서 차량 과속을 단속하는 경우도 함정단속이다. 일반적으로 함정수사로 체포된 피의자들은 이 같은 방법 자체에 분노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속였기 때문에 당했다는 주장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

◆ 함정수사 적법 여부, 피고인 '범행의지'로 판단

실제 함정수사의 적법성 여부도 판결마다 엇갈린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그 판단의 기준을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해 "본래 범의(범행 의도)를 가지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해 검거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대법원은 이때 공소제기는 무효라고 명시했다.

반면 함정수사가 적법한 경우에 대해서는 "범의를 가진 자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2007도1903)

즉 재판에서 함정수사의 적법 판단 기준은 당초 피고인이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원래 범의가 있었고 단순히 기회만 제공했다면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지난 2007년 경찰관이 '부축빼기'(술 취한 사람을 부축하는 척하며 지갑을 가져가는 수법)가 잦은 지역에서 쓰러진 사람 옆에 숨어 있다가 절도범을 잡았다.

대법원은 당시 "스스로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을 한 피고인에 대한 사건의 기소 자체는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07도1903)

반면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수사기관이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는 사람을 속이거나 유인해서 범행을 하도록 했다면 정당한 수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2008년 경찰관이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해 손님을 가장하고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냈다가, 위법한 함정수사라는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제보나 첩보가 없었던 점과 노래방 주인이 한 차례 거절했는데도 재차 찾아가 도우미를 요구해서 실제로 오게 된 점을 종합해 볼 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피고인의 범의를 유발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8도7362)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함정수사가 수사 방법상 청렴성을 상실하고 적정 절차에 위반된다는 설도 있다"며 "하지만 국민의 공공복리를 해치는 마약이나 밀수 등에 대해서는 허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함정수사는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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