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휘 안 받는데 근로자?" 특수고용직 특별법 제정 논란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17일 고용노동부가 특수형태근로자(특수고용직)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가인원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면서 특수고용직의 노조 설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 등에 관한 논란도 큰 상황이라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고용직은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사실상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도급·위탁·위임계약 등을 체결한다. 예를 들어 보험설계사는 특정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상품을 판매하지만 출퇴근 등에 구속을 받지 않고 자영업자처럼 일하는 식이다. 보험설계사를 비롯해 카드모집인, 골프장 캐디, 학습지 방문교사, 레미콘 기사 등이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으로 2014년 기준 230만여명이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됐다.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은 산재·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교섭권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특수고용직이라도 직종별로 업무환경과 수입 등이 천차만별이라 일부는 근로자에 가깝고 일부는 자영업자에 가깝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직종별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노동자성) 인정 여부가 첨예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회사의 지휘와 통제를 얼마나 받느냐 하는 건데 설계사의 경우 거의 제약을 받지 않는 직군 중 하나"라며 "노조가 생겨서 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많아지는데 자영업자 같은 근로 행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전속설계사 수를 줄이거나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고용 불안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설계사들의 입장도 수입 등에 따라 크게 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A보험사 설계사는 "현장에서 설계사들의 입장 차가 크다"며 "고실적 설계사는 회사의 지원이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 필요를 못 느끼는 반면 저실적 설계사는 일부 동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B보험사 설계사는 "설계사 노조가 만들어져서 권리가 강화되는 만큼 회사에서 근로자로서 요구하는 바가 많아지면 저실적 설계사의 경우 오히려 불편함이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저실적 설계사는 관리할 고객이 많지 않아 매일 출퇴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데 사측에서 출퇴근을 의무화 할 경우 자영업자처럼 누리던 혜택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