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태에 국제유가 고공행진…브렌트 70달러 넘는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위계승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국제유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느는 데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지역 정세가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3.5% 오른 배럴당 64.27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 6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고가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1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3.1% 뛴 배럴당 57.35달러로 장을 마쳤다.


◇위태위태한 세계의 화약고…원유 공급 감소 전망에 유가 ↑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40달러대에 머물던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건 산유국이 몰린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이다. 특히 지난 4일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하면서, 유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사우디 사태의 배경으로는 왕위계승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권력 강화 움직임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가장 우세하다.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정적 숙청에 나섰다는 의미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을 주도하는 인물이라는 점도 유가 상승을 지지한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내년 하루 180만 배럴의 감산 기한을 내년 3월까지로 한 차례 연장했다. 오는 30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고 감산 기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그동안 감산에 불참하던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도 최근 합류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이슬람 시아파를 대표하는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내 후티 반군이 사우디 수도 리야디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우디 국방부가 이를 요격했지만, 이란과 사우디의 사이의 긴장감이 더욱 커지면서 원유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정정 불안 이전에도 국제유가는 세계 경기 회복 흐름을 타고 상승 중이었다"면서 "물가상승률을 주목하는 중앙은행들이 (유가 급등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경기 회복에 수요도 회복…배럴당 70달러 전망

전문가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가가 이미 세계 경기 회복으로 상승세에 들어선 국제유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오일 프라이스 인포메이션 서비스의 톰 클로자 에너지분석 부문 대표는 "지금이 바로 (국제유가의) 상승기"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경계심을 버리고 (투자에) 과감하게 행동한다"고 말했다.

FT도 "국제유가가 올해 말 배럴당 70달러 선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유가 상승으로 미국 셰일원유 생산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점은 변수다. 중동지역 공급량이 주는 만큼 미국이 생산을 늘리면 유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카르스텐 프리츠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의 정정 불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유가 급등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기름값 상승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인플레이션 헤지(방어) 상품인 귀금속 가격도 강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값은 전일대비 온스당 12.40달러(0.98%) 오르며 1281.6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9월 25일 이후 하루 기준 가장 큰 상승 폭이다. 12월물 은값도 온스당 40.1센트(2.4%) 상승한 17.235달러로 장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