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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나르러 갑니다"…갑질에 멍든 직장인

'임금 떼였다' 가장많아…"문서·녹음 등 피해사항 기록 보존, 전문가 상담 등 적극대응해야"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입력 : 2017.11.1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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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직장인 A씨는 최근 딸 아이에게 '나쁜 아빠'란 말을 들었다. 주말에 함께 놀러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직장 상사 이사를 돕기 위해 약속을 깬 탓이다. 마음이 불편했지만 상사 앞에선 "주말에 별다른 일이 없었다"고 말하며 애써 웃는 얼굴로 이삿짐을 날랐다.

#호텔에서 근무하는 B씨는 최근 사장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들었다. 직원들의 내년 급여 인상분을 본인 아버지에게 지원받는 대신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 찾아가 숯불 피우는 일 등을 도와야 한다는 얘기였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도를 넘은 직장 갑질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갑질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상사의 태도가 최우선적으로 변해야 하고 피해자들도 관련 내용 기록·전문가 상담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문제에 맞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5일 비정규직 노동 단체와 노무사·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총 591건의 직장 내 갑질 관련 상담이 접수됐다. 이중 '임금을 떼였다'가 11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따돌리고 괴롭혔다·상사 또는 동료 때문에 힘들다 108건 △야근강요·휴일에 일한다 91건 △연차휴가 없거나 출산휴가·육아휴직 통제 69건 등 순이었다. '성희롱·성폭력을 당했다'는 상담도 18건에 달했다.

이들은 신고된 갑질에 대해 △고용노동부 진정 △인권위원회 제소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공익적인 사건으로 판단될 경우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지원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림성심병원 간호사 등이 참여한 체육대회 장기자랑 모습(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사진=뉴시스
한림성심병원 간호사 등이 참여한 체육대회 장기자랑 모습(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사진=뉴시스

한 노무사는 "직장 내 갑질은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상하관계 탓에 저항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오히려 피해 사실을 공론화할 경우 징계 등을 받을 수 있어 문제 해결에 소극적일 수 있다"며 "상사들의 태도가 우선 변해야 하고, 피해자 본인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직장갑질119는 갑질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그때그때 적어둔다 △녹음·녹취를 한다 △통장·월급명세서·입금내역·영수증 등 모든 문서나 증거를 모아 둔다 △전문상담 단체를 활용한다 등을 조언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갑질하는 사람 대부분이 상급자거나 인사권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개인인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힘든 구조"라며 "만약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노동부에 진정할 경우 신원이 드러나 쉽지 않다. 이 경우 교묘하게 불이익을 주거나 왕따를 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퇴사 후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진정인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노동부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문제 해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서로 간의 고충을 토로할 수 있는 직종별 공론화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성심병원은 재단 체육대회 장기자랑에서 간호사들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게 하고, 선정적인 춤을 추게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이 확산되자 성심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일송학원(한림대재단)은 윤대원 이사장 명의로 된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는 이러한 사회적 물의가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 속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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