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이 '일자리' 더 잘 키웠다

#혼수예단 중심의 침구전문기업 박홍근홈패션엔 유독 여성직원이 많다. 전체 임직원의 78%가 여성이다. 경영모토인 ‘엄마의 마음’을 기업풍토로 만들기에 여성이 보다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재미 패션디자이너 박홍근씨가 남편 윤덕중 전 교원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1980년대 창업했다. 박씨가 사업을 키우다 1997년 당시 경쟁사 직원이던 이선희 현 대표에게 물려주면서 여성기업으로서 명맥을 이어간다.


이 대표는 “기업이나 집안이나 남성과 여성이 해야 할 일이 있지만 침구의 경우 여성에게 적합하다”며 “무엇보다 여성은 잔돈에 강하고 신중하고 (가정처럼 지켜야 할 곳이라면) 책임감이 강해진다”며 여성채용 예찬론을 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관련 국정과제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에 여성기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여성기업 비중은 38.9%로 높은 편이지만 상당수가 정책 사각지대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기업이 남성기업보다 고용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남성이 창업한 1인기업의 2년간 상용근로자 고용성장률은 14%인 반면 여성 1인기업의 고용성장률은 17%로 조사됐다. 여성 대표자가 있는 창업 초기기업은 남성의 경우보다 채용에 더 적극적이란 의미다.

특히 여성기업은 여성채용에 보다 적극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체 기업의 여성채용 비중이 40%인 반면 여성기업의 여성채용은 71.1%에 달했다. 여성 CEO(최고경영자) 상당수가 여성채용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결혼·육아 등을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풍토가 강해 이로 인한 ‘경력단절’을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인식한다. 여성기업 육성이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문제를 풀 해법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정부도 여성의 경제활동 기회를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세부계획을 진행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가 올해 출범한 ‘여성기업 일자리허브’가 대표적이다. 경단녀 전문인력과 단기 프로젝트를 수행할 인력을 찾는 기업간 매칭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3년 계획으로 2019년이면 빅데이터 기반 여성기업 일자리 매칭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연간 5000건의 일자리(단기 프로젝트)가 올라오고 36%의 매칭성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기업은 구인 관련 비용과 고용부담을 줄일 수 있고 구직자는 전문 프로젝트별 근무로 자유로운 업무시간과 경력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자리허브 참여 단체·기업도 점차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각종 여성경제단체와 디자인진흥원, 무역협회, 소프트웨어산업협회,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 등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하고 있다.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은 “기존 인력플랫폼 서비스는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업무에 치중하는 등 실질적인 기업 수요에 맞춘 서비스는 미흡한 편”이라며 “일자리 허브가 제대로 정착하면 여성기업의 성장동력 확보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