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혐의' 우리은행 인사팀장, 구속영장 기각

검찰 직원들이 이달 7일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에서 채용비리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뒤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가지고 나오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우리은행 채용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우리은행 인사 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서울북부지법 김병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인사부 팀장 이모씨(44)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씨를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업무방해죄 요건인 위계가 있었는지 여부를 다투어 볼 필요가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 구속하는 것은 이씨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와 수사 경과 등에 따라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도망할 염려도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해외 근무로 가족들과 해외에 거주하고 있었으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발적으로 귀국했다. 현재는 출국금지 된 상태다. 이씨가 한국에 머물 거처를 정한 점 등도 법원의 기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구자현)는 업무방해 혐의로 우리은행 인사부 팀장 이모씨(44)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우리은행 채용비리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한 채용업무를 방해하고 불법행위 등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채용을 진행한 혐의"라고 밝혔다.

이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됐다.

검찰은 이달 28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과 마포구 상암동 전산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이씨와 함께 인사부 실무자 2명도 체포해 조사했다.

앞서 검찰은 이달 7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행장 집무실과 채용을 담당하는 인사부를 비롯해 전산실, 관련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관련자들의 주거지 10여곳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이어 이달 10일에는 업무방해 혐의로 경기 안성시 우리은행 연수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안성 연수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개채용 전형을 진행한 곳이다.

검찰은 특혜채용 의혹 관련 우리은행의 자체 감찰 결과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사참고자료로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압수물 분석을 통해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부적절한 압력 행사가 있었는지 채용 청탁이 실제 당락에 영향력을 미쳤는지 등을 판단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금감원 인사, 은행 VIP 고객 등의 청탁을 받아 이들의 친인척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이달 2일 사의를 밝혔다. 우리은행은 자체 감사를 벌여 지난달 말 의혹에 연루된 임원 3명을 직위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