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하고 추운데…나는 택시 잡을수 있을까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직장인 김모씨(32)는 연말 귀가 걱정이 앞선다. 송년 회식이 늘면서 택시 이용이 잦아지는데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탓이다. 김씨는 지난해 만취한 상태에서 택시를 잡다 승강장에서 잠든 기억이 있어 더 불안하다.

'택시잡기 전쟁' 시즌이 돌아왔다. 특히 늦은 술자리 등 연말 각종 모임에 택시를 자주 탈 수밖에 없는 직장인 사이에선 한숨이 늘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승차거부 신고 접수건수는 7340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899건만 처분됐다. 같은 기간 단속 건수는 1347건으로, 이중 686건만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시는 최근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 대책을 내놨다. △심야시간대 개인택시 부제 해제 △230명 투입해 대대적 승차거부 단속 △승차거부 단속 건에 대한 처분권한 환수(자치구→시)를 통한 처분강화 △택시호출 공공 애플리케이션 ‘지브로’ 시범운영 △카카오택시 운영 개선 △심야 택시 대체수단(올빼미버스·콜버스) 확보 △임시 택시승차대(강남대로·홍대입구) 설치·운영 등이다.

카카오택시의 경우 승객 콜 요청 시 운수종사자에게 전달되는 배차카드를 3분의 1로 줄이고 운행 완료율이 높거나 단거리 콜 수락을 많은 운수종사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서울시가 개발한 지브로 앱은 골라태우기 방지를 위해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고 주변 빈 택시를 찾아 호출하는 방식이다. 택시 내부에 있는 스마트카드사 결제기에 자동으로 설치된다. 특히 시범운영 기간 콜서비스 요금(시간대별 1000~2000원)을 부과하는 등 운수종사자들의 참여율을 높일 계획이다.

서울시가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직장인 이모씨(32)는 "연말에 택시 잡으려고 2시간 정도 밖에서 벌벌 떤 적도 있다. 예약등을 켠 채 목적지를 물어보며 사람을 골라태우는 기사를 보면 정말 화가 난다"며 "서울시가 만든 앱을 기사들이 사용 안하면 그만이고 단속만 잘피하면 되는데 대책이 매번 내놓은 것과 다른 게 크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운전 15년 경력의 최모씨(43)는 "택시 기사들만 욕할 게 아니다. 높은 사납금 등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처우가 개선되면 자연스레 사라질 문제"라며 "승객에게 신고하라고 부추기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브로 앱 시범 운영 등을 통해 추가적인 고민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브로 앱 시범 운영 등을 통해 승차 거부와 관련된 문제점을 추가 파악, 서비스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속 처분은 엄정하게 실시할 예정"이라면서도 "승차거부는 어느 쪽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운 것으로, 택시 기사 처우 개선 등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방향에서 검토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