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 내년 '만기 폭탄' 시험대

/AFPBBNews=뉴스1

글로벌 채권시장이 내년부터 쏟아지는 대규모 만기 도래 물량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최신 보고서에서 내년에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만기를 맞는 채권만 1조 달러어치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금융기관, 3분의 1은 투자적격등급 기업, 나머지는 각국 정부와 공공기관이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한창일 때 발행한 것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당시 채권 발행 금리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에 따르면 투기등급 채권(하이일드본드)의 금리는 채권 발행 바람 초창기인 2012년 8%가 넘었지만 최근 5.3%로 떨어졌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으로 고수익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매력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만기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 채권시장의 투자 매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앤서니 바클램 MUFG 부채자본시장 채권 및 대출 부문 공동 책임자는 내년부터 몇 년에 걸쳐 매년 비슷한 물량이 만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와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물량이 약 10조 달러어치가 넘는데 이 중 4분의 1인 2조5000억 달러어치가 내년에 만기를 맞는다.

정부나 기업은 만기가 돌아온 채무를 갚기 위해 채권을 새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만기를 맞아 새 채권을 발행하려는 곳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쉽다.

전문가들은 금리 부담이 크면 기업들이 채권시장 대신 은행 대출시장으로 자금 조달처를 옮길 수 있다고 본다. 투자자들에게는 몇 안 되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사라지는 셈이다.

바클램은 채권을 발행하려는 기업과 정부도 투자자들이 더 이상 일방적인 베팅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채권간 금리차(스프레드)와 투자수익률이 계속 떨어지면 연기금과 보험사를 비롯한 장기 투자자들이 채권에 투자하기보다 현금을 매트리스 아래 쌓아두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채권 금리가 내년에 오를 공산이 크다고 본다. 스티븐 오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 신용 및 채권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와 공급 물량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그 역시 채권 금리 상승 여파로 일부 채권 발행자들이 자금 조달처를 채권시장에서 은행대출시장으로 옮길 것으로 예상했다.

찰스 세인트 아노드 롬바르드오디에르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선임 투자전략가는 "금리는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기초여건이 취약한 채권 발행주체들은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해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