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앙은행 총재, 비트코인 붐은 "투기적 열광"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RBA) 총재가 13일 비트코인 돌풍을 "투기적인 열광"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로우 총재는 이날 한 강연에서 "최근의 가상화폐 돌풍은 효율적이고 편리한 전자 결제 수단에 대한 이용과 관계 됐다기보단 투기적인 열광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비트코인은) 결제 수단이란 측면에서도 보편적인 거래보단 암시장이나 불법적인 경제에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매우 변동성이 높다"며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때 발생하는 거래 비용이 매우 높아 현실세계에서 가상화폐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지급결제 수단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우 총재의 발언은 전 세계 통화당국이 내놓은 경고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 10일 그랜트 스펜서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 총재대행은 "(비트코인 거래에) 분명하게 버블(거품)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 우리는 몇 세기에 걸쳐 버블을 봐왔고 이(비트코인) 역시 고전적인 형태의 버블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홍콩 증권선물거래위원회도 11일 비트코인 선물과 관련한 위험을 투자자들이 상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충분한 유동성과 높은 변동성, 시세 조정 가능성 등에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여러 차례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비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지난 9월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며 대표적 버블인 17세기 튤립 같다고 주장했다.

렌달 콸스 미국 연방준비제도 감독담당 부의장도 이달 초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는 아직 없으나 분명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1600% 이상 폭등했다. 초기엔 금이나 전통적인 화폐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비트코인 투자를 이끌었지만, 최근 급등세엔 투기 수요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전 세계 통화당국과 규제당국의 우려 속에서도 비트코인 투자는 확장세를 멈추지 않으며 제도권 거래소에까지 진입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10일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개시한 데 이어 18일엔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 거새를 시작하며, 나스닥도 내년 상반기 이를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