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의 美-中 스파이 전쟁… 범인은 CIA 배신자

CIA 로고

현대 스파이 전쟁에서도 가장 무서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도청장치나 드론이 아닌 사람이었다.

기밀을 빼내려는 미국과 막으려는 중국 사이 8년째 이어지는 첩보전이 변절한 전직 CIA(미중앙정보국) 요원의 체포로 마무리 지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중국계 전직 CIA 요원 제리 천싱리(53)를 국방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체포했다.

양국간 스파이전쟁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CIA의 중국내 정보력은 이 시기 절정에 달했다. 베이징 주정부 등 정부기관 내에서 일하던 관료 중 정부의 부패에 실망감을 느낀 이들이 대거 CIA에 포섭된 것.

중국 최고위층의 의사결정 사안 등 기밀정보가 CIA 귀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0년 말 갑작스레 정보의 양이 줄기 시작했다. 2011년 초가 되자 CIA는 가장 중요한 정보원 한 명이 실종됐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 실종은 시작에 불과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후 대대적으로 CIA 정보원을 색출하는 작전을 실행했다. 2012년까지 2년간 CIA 정보원 20여명이 중국 공안당국에 살해되거나 체포당했다.

중국이 CIA의 중국 내 정보망을 거의 박멸시키자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미국 정보국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었다. 핀셋으로 집어낸 듯 정보원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심지어 중국은 다른 정보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겠다며 1명을 정부 청사 앞마당에서 공개 총살하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낌 미국은 2012년 CIA와 FBI(미연방수사국)의 합동으로 원인 파악에 나서기 시작했다.

처음엔 중국이 정보원과 CIA요원 사이에 교환하던 암호를 해독했다거나, 인터넷 보안망이 뚫렸다고 생각했다. 정보원이 부주의해서 단서를 흘렸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수사 방향은 CIA 내부에 변절자가 있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수많은 정보원들의 신상정보가 너무도 명확하게 털렸기 때문이다.

수사 도중 용의자는 중국계 전직 CIA요원인 제리 천싱리로 좁혀졌다.

그는 1982년부터 1986년까지 미군에서 복무했고 1994년 CIA에 합류했다. CIA 근무기간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인력 채용, 무기 운용, 기밀문서 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다.

그가 CIA를 떠난 시기와 머물던 곳이 그가 CIA와 FBI의 유력 용의자 선상에 오른 이유였다. 2007년 기관을 떠난 후엔 홍콩에 살면서 유명 경매업체에서 일했다. 2012년엔 다시 미국 버지니아주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 시기 FBI는 그가 묵었던 하와이와 버지니아 호텔에서 여행용 가방을 수색해 작은 수첩 2개를 발견했고, 수첩에는 정보원과 CIA 요원이 언제 어디서 만나는지, 그리고 그들의 이름, 전화번호 등이 세세하게 담겨있었다.

그리고 지난 15일 천싱리는 미국으로 다시 입국하려다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바로 다음날인 16일에는 미국 뉴욕 법원에서 첫 재판이 열렸다. 검사 측은 2권의 수첩에 담긴 내용이 그가 CIA에서 일할 당시 작성했던 내용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천싱리 체포에 대한 의문점은 남아 있다. 수사당국이 왜 2012년 그의 수첩을 발견하고도 당시 체포하지 않았는지, 수사리스트에 오른 그가 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으로 들어왔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 FBI나 CIA는 모두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