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게이트' 고발당한 팀쿡 애플CEO…韓 '수사' 가능할까

아이폰6

이용자 몰래 구형 아이폰 성능을 저하한 '배터리 게이트'와 관련, 애플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에 이어 형사 고발 조치가 국내에서 이뤄졌다. 이번 고발 조치로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와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 등 애플 임직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팀 쿡 CEO 책임져라"…시민단체, 형사고발=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배터리 게이트'에 대한 애플의 형사적 책임을 묻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배터리 게이트는 애플이 지난해 12월부터 사전 고지 및 동의 없이 아이폰 운영체제(iOS) 업데이트를 통해 구형 아이폰(6·6S·SE·7 시리즈) 운영속도를 떨어뜨린 논란이다.


고발 대상은 팀 쿡 CEO와 다니엘 디시코 대표다. 소비자주권은 애플의 행태가 △형법 제314조 컴퓨터에 의한 업무방해죄 △형법 제347조 사기죄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성능 저하 조치(재물손괴죄)와 이로 인한 이용자 불편(업무방해죄), 새로운 아이폰 구매 유도(사기죄) 등 위법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소비자주권은 추가 손해배상 민사 소송 제기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에 애플에 대한 직권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도 제출할 예정이다. 정준호 소비자주권 소비자법률센터장(변호사)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공정위에서 조사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공정위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법행위, 피해사실 입증 관건… 애플본사 수사 가능할까?= 이번 고발 내용의 쟁점은 성능 저하 조치를 사전에 알리지 않은 애플의 행태가 위법인지 여부와 실질적인 이용자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느냐다. 앞서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 소송의 쟁점과 일치한다. 소비자주권은 지난 11일 아이폰 이용자 122명을 대표해 이용자 1인당 22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공동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과 시민단체는 애플이 성능 저하 조치를 공식 인정한 사실과 해외 벤츠마크(성능 및 사양 측정) 사이트에서 이뤄진 검증 결과 등을 증거로 제시할 방침이다. 다만 국내외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워 소송 및 수사 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따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실제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애플 본사와 임직원에 대한 수사가 원활하게 이뤄질지 여부도 미지수다. 2011년 구글 사례처럼 애플측이 검찰 수사 및 소환 요구에 불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구글의 '스트리트뷰'(3차원 지도 서비스) 제작 과정에서 무선인터넷 접속장치(AP) 시리얼번호와 개인 간 통신정보 무단수집 행위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구글은 수사에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 검찰의 본사 직원 참고인 소환 통지에도 응하지 않았다. 결국 해당 사건은 기소 중지로 종결됐다.

정 센터장은 "무엇보다 애플 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중요하다"며 "우선 (본사 임원에 대한) 임의소환 절차를 진행하겠지만, 애플 본사에서 불응한다면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는 미국과 한국, 프랑스, 이스라엘, 캐나다, 호주 등에서 30건이 넘는 관련 소송이 제기되며 줄소송 사태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