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기매매 주식·채권 '쌍끌이' 호조

증권업계가 주식과 채권 투자로 쌍끌이 수익을 올리며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증시 랠리에 따른 주식 투자 이익과 ELS(주가연계증권) 수익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들썩이던 채권금리도 안정세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55개 증권사가 주식·채권·파생 투자 등 자기매매 분야에서 거둔 이익이 전분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주식과 파생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에 따른 채권 손실분을 메웠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3분기와 유사한 흐름을 이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증권사는 자기매매로 8468억원을 벌어 2분기(3840억원)에 비해 120.5% 급증한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당시 채권금리 상승으로 채권 투자 이익이 25.0% 감소했지만 증시 강세로 인한 ELS 조기상환 덕분에 파생 관련 이익이 85.7% 급증했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지난해 4분기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해 손실 방어에 주력하면서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도 효과를 거둬 증권사 실적 개선에 한 몫했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자기매매 등의 선전에 힘입어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키움증권 등 6개 증권사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4534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561.1%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 채권금리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채권 손실 부담을 덜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사의 자기매매 수익은 전체 영업수익의 48%(지난해 1분기 자본시장연구원 기준)에 달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 중 채권의 영향력이 크다.

증권사는 RP(환매조건부채권)와 ELS 판매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채권을 매입해 운용하기 때문에 증권업계 전체 채권 보유액이 지난해 3분기 기준 180조300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과 하락(채권값 상승)에 따라 증권사 이익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 채권금리가 상승했음에도 자기자본 일부를 주식에 직접투자(PI)해 거둔 수익과 ELS 운용 수익이 채권 손실을 상당 부분 메웠다는 분석이다. ELS 운용시 주가 상승으로 기초자산(코스피200 등)의 가격이 일정 수준 오르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고 조기상환을 확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도 ELS 수익을 일시에 반영할 경우 파생관련 이익이 증가한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지난해 4분기 금리 급변동에 대비해 보유한 채권의 듀레이션(평균 잔존만기)을 최대한 줄이는 헤지(위험회피)를 실시해 선방했다"며 "올해 금리 변동 폭 수준으로 움직인다면 평가손실보다 만기 보유에 따른 확정이익이 더 많이 쌓여 증권사 채권 이익도 양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