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대신 문학같은 논평…유의동 '보수의 품격'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시간은 흐른다.국제 제재와 미국 군사위협에
하루하루 피를 말리던 김정은의 초조한 시간이 흐른다.

시간은 흐른다.
평화정착, 민족화해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힌
문재인 정권의 시간도 함께 흐른다.

(중략)

위협은 상존한 채 시간만 흐른다.
북에서 내려온 한 여성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고 끌려 다니는 이 시간들.

돌이킬 수 없는 이 시간들을 허송세월(虛送歲月)
아니 현송세월(玄松歲月)로 보내서는 안 된다.

그럴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지난 22일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의 방남에 대한 바른정당 논평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교류가 재개된 것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을 담았다. '평양올림픽' 같은 자극적인 호도 대신 현송월 단장의 이름을 활용한 '현송세월'이란 조어와 북핵 해결을 위한 '시간은 흐른다'는 표현의 반복으로 마치 문학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막말의 홍수 속에 문학적 수사를 동원한 소위 '글빨'로 승부를 보는 흔치않은 대변인이 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이다. 그는 최근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과 소통, 협치 등을 비판하면서도 정제된 표현과 격식을 갖춰 '보수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른정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미친 필력', '장원급제감', '문장가' 등의 칭송을 받아왔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앞둔 국민의당 지지자들도 유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접하면서 "시처럼 느껴진다", "대변인은 바른정당 쪽에서 해야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당 논평은 일반적으로 직설적인 화법을 동원해 주장에 가까운 의견을 펼친다. 이에 비해 유 수석대변인은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의외성을 가미한다. 또 비판이나 주장보다는 마치 감상문같다. 그러나 오히려 폐부를 찌르는 내용으로 읽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을 비판한 논평 역시 이 같은 특징으로 화제가 됐다. 다음은 유 수석대변인의 논평이다.

<질의 없으면 난 갑니다>
"질의 없으면 난 갑니다."
제1야당 대표 신년사가 끝나고 홍준표 대표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다.

홍준표 대표의 그 말에는 국민들에게 외면당하는 당의 상황과,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오늘은 지방선거를 소재로, 당협위원장 셀프 임명을 소재로, 또 품위 없는 본인 언행을 소재로 질문이 간간히 이어졌지만

본인들이 강조했던 정당혁신, 경제와 민생에 대한 문제들은 말 그대로 질문 하나 없다.

"질문 없으면 난 갑니다."
질문도 받지 못하고 사라질 그 날이 생각보다 멀지 않은 것 같다.

막말 대신 문학같은 논평…유의동 '보수의 품격'

[the300]바른정당 수석대변인 논평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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