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도돌이표' 장성·의정부·제천, 그리고 밀양…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문화체육회관을 찾아 헌화를 한 뒤 분향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수많은 사상자를 낸 과거 인재(人災)들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 저렴한 외장재(스티로폼)가 피해를 키웠거나 화재 당시 환자들이 병상에 결박돼 구조가 늦어진 점 등 비슷한 문제가 이전 유사 사고에서도 드러났지만 또 다시 참사를 막을 순 없었다.

이번 참사에서 논란이 된 사안 중 하나는 '병상 결박'이다. 화재 당시 환자들의 손이 로프나 태권도복 허리띠 등으로 침대에 묶여있어 구조가 지체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 당시 10여명가량의 환자들이 결박 상태였다.


박재현 밀양소방서 구조대장은 26일 브리핑에서 "3층 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의 결박을 푸느라 30초~1분 정도 구조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경남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3층에 있던 총 21명의 환자 가운데 9명이 사망했다.

이는 4년 전 일어난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와 비슷하다. 22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2014년 5월28일 장성 요양병원 화재 때도 환자들이 침대에 결박돼 구조가 늦어진 사례가 있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병상에 묶는 이유는 환자가 무의식 중에 기도가 막히는 행동을 하거나 바닥에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적절한 조치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비상상황 때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서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환자를 결박할 경우 그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해 동의를 구해야 한다. 치매 환자나 의식이 없는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밀양 세종병원이 치매 환자 보호자들로부터 경우에 따라 신체보호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동의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동의서가 단지 입원에 필요한 형식적 절차였는지, 충분한 구두 설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또 이번 화재는 단시간에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했고 결국 대규모 인명피해로 연결됐다. 한 달 전 일어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닮은 꼴이다.

원인은 스티로폼이다. 세종병원 천장은 석고보드-전기배선-난연재-스티로폼(단열재)-콘크리트 구조로 돼 있는데 스티로폼이 타면서 연기가 빠르게 번졌다는 것이다.

고재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전과장은 "이번 세종병원 화재는 제천 화재와 비슷한 유형"이라며 "제천 화재의 발화지점인 주차장 천장 구조와 서로 유사하다"고 말했다.

스티로폼처럼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들어진 단열재는 불에 잘 타지만 가격이 다른 단열재의 절반가량이라 우리나라 건축물에 흔히 쓰인다. △2015년 의정부 화재(5명 사망,125명 부상) △2008년 이천 창고 화재(40명 사망, 9명 부상) △1999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23명 사망) 때도 건물에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의정부 화재 이후인 2015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6층 이상 건물에 불연성 외장재를 써야 한다는 규제를 만들었다. 이전에는 30층 이상 건물에만 적용됐다.

하지만 이미 지어진 건물에는 법을 적용할 수 없다. 세종병원 역시 1992년 지상 5층 규모로 신축된 건물이라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제천 스포츠센터 역시 개정된 시행령이 시행되기 5개월 전 건축허가를 신청하면서 관련 조항을 피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