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억 세금포탈 혐의' 이건희 회장, 기소의견 송치

서울 용산구 이건희 삼성 회장 자택./사진=뉴스1

경찰이 세금 포탈 혐의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차명계좌 관리를 도운 삼성그룹 사장급 임원도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긴다.

이들은 차명계좌 260개를 관리하고 세금 82억원을 포탈한 혐의다. 또 총수 일가 주택 수리비용을 삼성물산 법인 자금으로 대납한 삼성물산 임직원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08년 특검 당시 발견 못했던 차명계좌 260개, 자산 4000억원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임원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해달라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한다고 8일 밝혔다. 이 회장과 임원 A씨는 그룹 임원 72명 명의로 260개 차명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관리하고 2007~2010년 귀속분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82억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이었으며 현재는 사장급 임원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차명계좌들은 2008년 삼성 특검 때 확인되지 않은 계좌로서 보관된 자산은 4000억원가량"이라며 "이를 2011년 국세청에 신고해 약 130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2008년 4월 당시 조준웅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이 4조5000억원 규모의 차명계좌 1199개를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이 돈의 출처를 밝히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금이 차명계좌로 들어온 시기는 2000년 초반 정도이며 대부분 삼성증권 계좌"라며 "삼성이 2008년 특검을 받으면서 삼성증권이 1999년 이전 전산기록을 모두 삭제해 자금 출처를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측은 이 돈이 고 이병철 회장이 갖고 있던 차명 자산을 상속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오너家 자택 공사비용 역추적하다 차명계좌 발견

차명계좌는 삼성가의 자택 공사비 의혹을 수사하다가 발견됐다. 공사비가 삼성물산 돈에서 나온 정황, 공사비로 지급된 의문의 수표 등을 역추적해 차명계좌의 존재를 밝혀냈다. 경찰 수사 결과 공사비는 삼성물산 회삿돈에서도 나오고, 차명계좌에서도 지급됐다.

경찰청은 삼성그룹 오너 일가 주택 수리비용을 삼성물산 법인 자금으로 대납한 삼성물산 임원 B씨(전직 현장소장)와 현장소장 C씨, 이 회장 등 3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한다. B씨와 C씨는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회장과 B, C씨는 2008부터 2014년까지 이 회장 등 삼성일가 주택 수리비용을 삼성물산의 법인 자금으로 대납해 30여억 원 상당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오너 일가 자택 공사비로 지급된 수표가 8명의 삼성 전·현직 임원들 명의의 계좌에서 발행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했다"며 "8명은 '그룹에서 필요하니 신분증 사본을 달라'고 해서 차명계좌가 만들어졌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이 회장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맡았던 업체에 대해 세금 탈루 등의 혐의로 압수수색을 하던 중 공사비를 삼성물산 직원이 대납한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한남동 이 회장 자택 근처에 있는 자택 관리사무소를, 두 달 뒤인 10월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 알파돔시티에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본사를 각각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경찰은 회삿돈으로 자택을 공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남매는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3명 자녀의 자택에 들어간 공사비용은 3억원 미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규모가 적어도 조사해보려고 했는데 압수수색 당시 한남동 사무소에 공사 자료나 집행 품의서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현재 투병 중으로 조사불능 상태이기 때문에 시한부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된다. 시한부 기소중지는 소재불명(국외 도피 등) 이외에 다른 기소중지 사유가 있을 때 내려진다. 이 회장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가 해소되면 다시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