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D-8…정호영 전 특검 '특수직무유기' 혐의 수사 '주목'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정호영 전 'BBK 의혹사건' 특별검사가 3일 오후 특수직무유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동부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2018.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정호영 전 BBK 특별검사가 지난 2008년 다스의 120억원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특수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가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 전 특검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수사 중인 다스 횡령 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팀(다스수사팀·팀장 문찬석 차장검사)은 공소시효를 일주일 앞둔 13일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스수사팀은 출범 초기 120억의 돈이 특검 수사대로 개인의 횡령인지 회사가 조성한 비자금인지 그 성격을 규명하고, 이에 따라 정 전 특검의 직무유기 혐의 유무를 가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15조는 범죄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같은 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을 '인지'하고 직무를 유기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1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죄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같은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자임을 '명백히' 인식하고, 그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을 정도의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 대법원은 "단순히 확인되지 않은 제보 등에 의해 이런 죄를 범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은 것만으로는 '인지'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종합하면 정 전 특검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스의 120억원이 특검의 수사 결과대로 다스 경리팀 직원 조모씨의 개인 횡령인지, 아니면 수사와는 달리 회사 차원에서 조성한 조직적인 비자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인지가 규명돼야 한다.

또한 특검 수사결과와 달리 비자금으로 드러나더라도 특검이 수사 당시 이를 인지했는지, 인지하고 수사를 개시할 정도로 자료를 축적했는지, 자료를 축적하고도 수사를 개시하지 않고 묵인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수사팀이 정 전 특검의 혐의를 입증해 재판에 넘긴다면 '사상 초유의 특검 기소'가 되는 만큼, 검찰은 "시효만료 전까지 면밀하게 진행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특검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우선 규명돼야 할 다스의 120억원 성격에 대한 조사는 '9부 능선을 훨씬 넘었다'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수사팀은 이를 위해 다스 경리직원 조모씨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권승호 전 전무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수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이 2008년 특검에서의 진술이 거짓이었다고 밝힌 만큼 수사결과가 특검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사팀은 방대한 양의 특검 수사기록을 검토하며 수사 당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염두에 두고 자료를 수집했는지 여부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검이 취재진에 공개한 '특검 수사진행상황' 자료에는 조세포탈을 염두에 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수사팀은 정 전 특검의 혐의에 중대한 정황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특검수사 종료 후 검찰에 수사자료 이첩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검찰로 사건이 이첩되는 과정까지 다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2018.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수사팀은 이날 120억원 이외에 추가적인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이 추가 비자금은 다스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호영 전 특검은 "특검 수사 당시에는 120억원 외에 다른 자금이 발견된 사실은 전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팀은 추가 비자금이 정호영 전 특검 수사 이전에 조성됐지만 정 전 특검 수사 당시에는 전혀 몰랐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수사팀이 추가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한 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또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BBK의 투자금 140억원이 먼저 다스에 반환되는 과정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다스의 실소유주를 규명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판명된다면 다스의 추가 비자금 조성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수사팀은 "중앙지검 수사팀과 필요한 정보는 공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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