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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의 전초전은 한·미 무역전쟁?

[길게보고 크게놀기]독일·일본 다 빠진 채 한국이 美 무역전쟁의 '스파링 파트너' 되나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8.02.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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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기간 내내 중국 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도 긴장했다. 대미교역에서 최대 규모의 흑자를 내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2016년 중국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약 347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 전체 무역 적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그런데, 남의 일로만 생각하고 지켜봤던 미·중 무역전쟁이 더 이상 남의 일 같지 않다. 한·미 무역전쟁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폭탄을 예고했고 미국의 우방국이라고 안심했던 우리 나라도 리스트에 포함됐다.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한 우리의 대안은 거의 전무하다. 만약 미·중 무역전쟁이 일어난다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지 살펴보자.

◇트럼프의 두 가지 카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한 기업가로서 협상과 거래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또한 심리전을 활용,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채고 공격하는 특성을 보인다. 만약 트럼프가 블러핑(=엄포전략)에 그치지 않고 중국에 통상압박을 취한다면, 어떤 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까.

트럼프가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조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재무부장관이 4월 의회에 환율보고서를 제출할 때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 전면적인 관세 폭탄을 투하하는 조치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위안화가 절상될까. 그리고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줄어들까. 일본의 경우를 보면 단언할 수 없다. 1960년대 일본 경제가 고속 성장하면서 70년대 초 미국의 수입품 중 일본 제품 비중이 15%까지 증가했다. 엔화도 가파르게 절상되면서 1985년 무렵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350엔에서 250엔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일본의 대미 수출은 늘어만 갔고 일본 제품의 비중은 약 20%까지 높아졌다. 당시 미국의 무역적자 중 대일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었다.

결국 미국은 1985년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는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엔·달러 환율이 250엔에서 100엔대까지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일본기업들은 상당기간 경쟁력을 유지했다. 일본 제품의 경쟁력은 노동생산성 대비 임금 수준이 크게 상승하고 나서야 하락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말 일본 제조업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이 15달러까지 상승하면서 미국 제조업체와 동일한 수준에 이르렀다. 일본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하자 아시아 4마리 용(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이 뒤를 이었고, 21세기 들어서는 중국으로 바톤이 넘어왔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노동자의 임금이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미국 노동자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인도 등 신흥국의 임금 수준은 더 낮지만, 이들 국가는 중국처럼 완성된 산업클러스터, 사회간접시설을 갖추지 못했다. 또한 중국의 임금 수준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노동생산성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게 중국 학계의 중론이다. 특히 노동인구의 교육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

2000년 중국의 전문대 이상 학력을 가진 인구는 전체 인구 중 3.6%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약 12%를 차지했다. 게다가 매년 700만 명 이상의 대학 졸업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중국 노동생산성의 상승폭이 임금 상승폭을 초과하는 한 중국 제품의 경쟁력은 지속될 여지가 크다.

만약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불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글로벌 경제는 고도의 국제분업구조가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100달러 제품 중 약 40달러의 부가가치는 다른 국가에서 더해진다.

이 제품에는 한국·일본·유럽기업이 생산한 부품이 포함돼 있고, 중국이 대표로 미국에 수출을 하는 셈이다. 만약 미·중간 무역전쟁이 발생한다면 중국기업뿐 아니라, 한국기업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 폭탄을 투하하면 미국 소비자도 영향을 받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이 저렴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면서 미국의 실질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런데, 만약 중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가계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게 되고 트럼프 지지층인 블루칼라를 포함한 저소득층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무역전쟁 발발시 중국의 대응방안은
지난 달 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 가드 발동으로 중국도 태양광패널 수출에 영향을 받지만, 아직 무역전쟁이 일어날 정도는 아니다. 만약, 무역전쟁이 일어난다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우선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0)에 미국을 제소할 수 있다.

하지만 WTO 제소에서 최종 판결까지는 2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중국이 받게 될 영향은 막대하다. 또한 중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서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G2 무역전쟁이 확대되고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중국도 보복조치를 취하겠지만 미국보다 불리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2016년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4626억 달러)이 미국의 대중 수출(1156억 달러)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중국이 유리한 점은 한 가지다. 미국 정부보다 중국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압력이 크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면 미국 정부는 무역전쟁을 무한정 지속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대의(정치적인 이익)를 위해서 자국 기업들에게 소의(경제적인 이익)를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정치 권력을 가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는 등 글로벌 경제 전체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이 더 우위에 설 수 있고 정치적으로는 중국이 더 유리하지만, 누구도 섣불리 승패를 점칠 수 없다.

특히 우리 경제는 중국과 높은 수준의 분업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폭탄을 예고하는 등 미국의 무역공세가 현실화되는 시점에서는 더 그렇다. 게다가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독일, 일본은 다 빠지고 우리 나라가 흡사 '스파링 파트너'처럼 주요 대상이 된 것 같아 곤혹스럽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 통상정책과 중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2월 19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재현
김재현 zorba00@mt.co.kr

중국과 금융에 관심이 많습니다. PhD i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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