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가구' 분양 경쟁률 1347대 1...'로또'된 세종시

@머니투데이 최헌정 디자인기자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세종시의 아파트 분양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도 등장했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잔여가구 분양에 나선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 HO1·2블록’은 40가구 모집(HO1블록 30가구, HO2블록 10가구)에 5만3888명이 몰려 평균 13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집 가구 수가 적은 특정 타입은 약 4000대1의 경쟁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일반청약에서 HO1블록이 54대1, HO2블록이 3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며 1순위에서 조기 마감한 곳이다. 예비계약자까지 모두 계약을 마쳤지만 계약 포기와 청약 부적격자 탈락 등으로 잔여가구가 생겨 이번에 추가 모집을 실시했다.
　
잔여가구 모집은 일반청약과 달리 별다른 자격조건이 없다. 분양 열기가 뜨거운 세종에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분양물량이 나오자 경쟁률이 치솟은 것으로 관측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세종시는 일반청약 시 다양한 제약조건이 있다. 전용면적 85㎡ 이하는 모두 청약가점제로 선발해야 하고 청약 1순위 물량의 50%는 세종시 1년 이상 거주자에게 우선 배정한다. 최근 5년 이내에 다른 주택의 청약에 당첨된 적이 있다면 1순위로 지원할 수 없다. 청약과열지구에서 당첨된 경우에는 2순위로도 지원이 불가하다.
　
하지만 일반청약 이후에도 계약되지 않은 잔여가구, 소위 미분양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원하는 대로 입주자를 선발할 수 있다. 선착순 분양이나 인터넷 접수 후 추첨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할 수 있고 나이, 거주지, 주택소유도 상관없다. 청약통장도 필요치 않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과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세종시는 전매제한이 적용돼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사고팔 수는 없지만 입주 후 시세가 급등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세종시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000만원 안팎이고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도 3억5000만~4억원선으로 책정됐다. 인근 단지 시세가 5억~5억5000만원에 달해 당첨만 되면 최대 1억5000만원의 수익이 기대된다. ‘로또’인 셈이다.
　
잔여가구 분양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같은 지역에서 잔여가구 분양을 실시한 ‘세종 리더스포레’ 역시 74가구 모집에 약 4만5000명이 신청해 60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첨자 중에는 10대 미성년자가 일부 포함돼 투기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잔여가구 모집에도 나이제한을 두고 예비입주자 수도 모집정원의 40%에서 100%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세종시 분양시장에선 규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규제가 강화될수록 인기지역 쏠림현상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잔여가구 과열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