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도움이 되는 '이화의 딸'이 되겠습니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6일 이화여대를 졸업하는 최려나씨(26)가 학사모를 쓰고 미소를 짓고 있다.© News1

"살아오면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 사랑을 되돌려 주는 삶을 살고 싶어요."

11세 때 집안에서 발생한 가스폭발 화재로 어머니를 잃고 자신은 전신 95%에 3도 화상을 입었음에도 희망을 잃지않고 학업을 계속해온 중국동포 여학생이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졸업장을 받는다.


이화여대는 26일 오후 2시 교내 대강당에서 열리는 2017학년도 전기 학위 수여식에서 영문학과 최려나씨(26)가 학사학위를 받는다고 밝혔다. 려나씨는 2014년 이화여대의 '세계여성인재육성프로그램'인 '이화글로벌파트너십프로그램' 장학생으로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다.

2003년 7월 사고 이후 의료진들은 전신에 화상을 입은 려나씨가 다시 살아날 희망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려나씨는 다시 일어났다.

기적적인 소생이었지만 그 이후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40여차례 걸친 전신 마취 수술이 계속됐고 치료비가 부족해 치료 도중 퇴원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다행히 현지 종교단체 등의 도움으로 치료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계속된 치료 때문에 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다.


그래서 려나씨는 검정고시를 보기로 마음먹고 초·중등 과정을 독학으로 마쳤다. 이후 중국의 텐진한국국제학교 교사와 유학생들의 도움으로 수업을 받기 시작해 6개월 만에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해 이화여대에 진학했다. 대입 검정고시에서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

려나씨가 이화여대를 택하게 된 이유는 먼저 치료차 한국을 오가면서 알게된 이지선 한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와의 만남이 있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에 재학중이다가 2000년 8월 음주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전신에 55% 중화상을 입었던 이 교수는 이후 고통스러운 수술과 재활치료 과정을 담은 에세이집 '지선아 사랑해'를 출간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멘토와 멘티 관계로 만난 이 교수는 려나씨에게 삶을 살아가고 학업을 이어갈 용기를 줬고 려나씨는 이 교수가 공부했던 이화여대에 진학하기로 했다.

려나씨가 이화여대에 진학한 것에는 숨겨진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졌던 어머니의 이름이 바로 '이화'였기 때문이다.

사실 사고 이후 려나씨의 어머니는 3일 만에 숨을 거뒀지만 려나씨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사실을 1년 동안 알지 못했다. 가족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려나씨가 희망의 끈을 놓을까 봐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어머니의 성함을 생각할 때 이화여대에 오게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밝힌 려나씨는 "어머니가 항상 제 곁에서 저를 지켜 주시는 것 같아 더욱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생활을 했어요"라며 "정말 부끄럽지 않은 '이화의 딸'이 되려고 노력했어요"라고 말했다.

물론 4년여간의 한국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따라가기도 어려웠지만 정말 두려운 것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려나씨는 한국에 와서도 외출은 되도록 자제했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쳐다 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아 외출할 때면 한여름에도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나서야 했다.

려나씨는 자신과 같은 화상 환자들을 만나며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는 "몇년 전에 미국에서 화상 환자들을 만난적이 있었는데 그분들 중에는 저보다 더 많이 다치신 분이 많았는데도 화상을 부끄러워하시지 않았어요. 그분들을 보면서 남이 나를 좋아해 주기 바라면서 스스로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기로 했고 그 이후에는 주위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라고 밝혔다.

이화여대에서 학부를 졸업한 려나씨는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한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자신과 같이 화상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을 돕는 멘토활동을 하는 등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려나씨는 "아직 무슨 일을 할지 모르지만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제가 받은 사랑을 많은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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