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풀리는 미국과 무역갈등…시진핑 대리 왕치산 나서나

【베이징=AP/뉴시스】왕치산 전 기율검사위 서기(가운데)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자대회 개막식에 참석,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와 나란히 중앙 연단에 앉아 각별한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2018.3.05.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는 17일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국가 부주석에 선임될 것으로 예상되는 왕치산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조율할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을 풀기 위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시진핑 국가 주석의 경제 책사로 경제 담당 부총리를 맞게 될 류허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등이 잇따라 미국 워싱턴을 찾았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한 탓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을 다룰 보다 강력한 인물로 왕 전 서기가 거론되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중국이 변덕스러운 패권국 미국과의 관계를 다룰 영리하고 열정적이고 다차원적인 인물을 찾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FT는 류 주임이 지난주 미국을 방문했을 때 양국의 험난한 관계를 다뤄나갈 한 명씩의 키맨을 지정할 것을 미국에 제안했다면서 국가 부주석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왕 전 서기가 가장 눈에 띄는 후보라고 전했다.

FT는 이어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이 이른바 '핑퐁 외교'를 통해 새로운 외교관계를 열 때 양국 리더들을 대신해 협상을 총괄했던 헨리 키신저나 저우언라이와 같은 역할을 이들 키맨들이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왕 전 서기는 2009∼2012년 부총리로 미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이끄는 등 20년간 각종 외교 업무에 관여했다. 미국 외교 관료도 협상력을 인정할 정도로 노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진핑 집권 1기 부정부패 척결 작업을 주도하며, 사실상의 2인자 역할을 하는 등 정치적인 영향력 면에서도 패권국가인 미국을 상대할 적임자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중화권 언론들은 왕 전 서기가 현재 시 주석이 조장을 맡고 있는 공산당 중앙외사영도소조의 부조장을 맡아 외교 부문을 총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 주석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또다른 인사인 류 주임 역시 여전히 키맨이 될 후보다. 하지만 류 주임은 지난주 미중간 무역 갈등을 풀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워싱턴을 찾았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중단된 미국과의 포괄적 경제대화(CED)를 재개하고, 미국측 협상파트너를 파악하면서 미국의 요구목록을 알아내는 등의 미션을 받고 갔지만 거의 이룬 것이 없다는 평가다. 류 주임에 앞서 같은 목적으로 워싱턴을 찾았던 양제츠 국무위원도 마찬가지로 빈손으로 돌아온 바 있다. 중국 공산당 내 서열 25위 이내에 드는 정치국원 두 사람이 잇따라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좀 더 중량급인 왕 전 서기에게로 눈길dl 가고 있는 셈이다.

한 외교식통은 "왕치산은 글로벌 비전을 갖고 있고 중국의 경제 개혁을 옹호하는 인물"이라며 "갈수록 혼란과 불확실성에 휩싸이는 미중 관계에서 협상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FT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직접 소통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에선 과거 저우언라이와 주룽지 전 총리와 같은 유능한 대리인을 통한 협상을 최선으로 보고 있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