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특화'로 중소형 증권사 활로 찾는다

금융당국이 2016년 도입한 '중기특화증권사'는 미완의 정책이란 평가를 받는다. 중소형 증권사에 대한 유일한 지원책인 이 제도는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려는 취지와 달리 체감할 만한 혜택이 크지 않은 탓에 실효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다음 달 중기특화증권사 재지정을 앞두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증권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대형화 추세로 입지가 좁아든 중소형 증권사는 중기특화증권사를 발판 삼아서라도 활로를 모색해야 할 만큼 절박감을 느끼고 있어 정부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1기 중기특화증권사(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의 자격이 만료됨에 따라 재선정 및 신규선정을 진행한다. 지난 2년 동안 성과와 재무상황 등을 점검하면 이르면 4월, 늦어도 5월쯤 중기특화증권사 2기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중기특화증권사로 지정되면 △금융권 중소·중견기업 투자금인 성장사다리펀드 등의 정책지원 강화 △신용보증기금 P-CBO(채권담보부증권) 발행 인수자 선정시 우대 △증권금융을 통한 운영자금 조달시 한도·금리 등 우대조건 적용 등을 지원받는다.

재심사가 임박한 가운데 중기특화증권사들의 고심이 깊어진다. 성장사다리펀드 정책자금 운용과 P-CBO 발행 선정 시 혜택을 받고 있지만 자금 운용 규모나 수수료 수익이 적어 수익성 기여가 미미하기 때문.


실제 지난해 중기특화증권사가 대표주관을 맡은 회사채는 1조1320억원으로 전체의 3.4% 불과했다. 그나마 신용등급 A 이상 대기업이거나 금융권 회사채에 쏠려 중소기업 자금 공급 취지를 무색케했다.

지난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중기특화증권사가 코스닥에 상장한 공모규모 200억원 이하 중소기업은 키움증권의 케이피에스와 아스타를 제외하곤 단 1건도 없었다. 대형사가 공모규모 100억원이 미만 소규모 IPO까지 손을 대면서 정책효과보다 시장논리가 장악한 셈이다.

IBK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의 크라우딩펀딩(창업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자금조달) 실적이 그나마 눈에 띄는 성과지만 건당 수수료는 수천만원에 불과해 수익성이 떨어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성장사다리펀드 운용사 참여 시 가점을 주기보다 중기특화증권사 전용 펀드를 신설하고 벤처·중소기업 IPO 주관 시 좀 더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중소·벤처기업과 네트워크를 갖춰 자금 조달을 돕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로선 중기특화증권사가 '계륵'과도 같지만 향후 생존전략을 마련한데 발판 역할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는 여전하다. 유진투자증권은 IB, WM(자산관리), 채권운용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며 3년 연속 6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내고 있다. 여기에 중기특화증권사의 지원책 확대시 IB사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KTB투자증권도 계열사인 벤처캐피탈 KTB네트워크와 협업을 통해 크라우펀딩 및 중소·벤처기업 IPO 확대 등 IB수익 확대를 노리고 있다.

실제 교보증권은 2005~2008년 '중소기업 전문 IB'를 목표로 특화전략에 집중한 결과, 코스닥 IPO 주관사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이를 토대로 구조화금융을 비롯한 IB사업을 확대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한 중기특화증권사 관계자는 "중기특화증권사 정책은 결국 스타트업을 비롯한 벤처·중소기업 자본공급과 연결되는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중소형 증권사가 좀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서려면 NCR(순자본비율) 규제를 현실에 맞춰 미세조정하는 등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