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의 방산 교통정리, 마지막 단추는 ㈜한화 분할

한화가 그룹 내 흩어져 있는 방산 사업의 1차 '교통정리'를 마무리 지었다. 계열사별로 중첩된 사업 영역을 재조정하는 한편 한화테크윈을 분할해 각 방산 사업부별 전문성을 더했다.

일각에선 궁극적으로 ㈜한화에 속한 방산사업부문도 분할해 그룹 내 다른 방산계열사들과 통합하는 2차 교통정리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 (26,750원 ▼100 -0.37%) 이사회는 지난 16일 그룹 방산계열사 한화디펜스로부터 항법 및 레이저체계 사업 부문을 360억원에 양수키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2015년 한화가 삼성으로부터 방산 관련 계열사 한화테크윈 (235,000원 ▼6,000 -2.49%)(옛 삼성테크윈)과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을 넘겨받은 '빅딜' 이후 한화 방산사업 재편이 1차적으로 마무리됐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동안 한화의 방산 재편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됐다.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계열사와 기존 계열사 간의 중첩 사업 재편 △한화테크윈의 방산 사업부문 분할 등이다.


중첩사업 재편의 큰 틀은 △㈜한화 방산 사업부의 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 레이저 사업 양수 △㈜한화 방산 사업부의 한화디펜스 항법장치 사업 양수 △㈜한화 방산 사업부의 무인화체계 사업 한화시스템·한화테크윈으로 양도였다. 이 가운데 마지막 남은 부분이 ㈜한화의 한화디펜스 항법 및 레이저 사업 양수였는데 최근 관련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했다.

한화테크윈 방산 사업부문 분할은 지난해 추진됐다.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자주포 및 전투용차량 개발·생산 부문을 물적 분할해 자회사 '한화지상방산'으로 뒀으며 에너지장비와 산업용장비 사업부문도 분할했다.

올해 초엔 시큐리티사업부문도 분할해 기존 한화테크윈에는 항공엔진사업만 남기고 사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칭)로 바꾸기로 한 상태다. 이에 따라 중첩 사업이 재조정된 그룹 방산 계열사 지배구조는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칭)→한화시스템·한화지상방산→한화디펜스가 됐다.

그룹 관계자는 "빅딜 이후 사업조정이 큰 틀에서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한화는 탄약·유도체계업체로 위치를 공고화하고 다른 방산 계열사들도 각기 방산전자와 지상플랫폼 등에 특화하는 구조가 짜였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업계에선 한화의 사업 교통정리가 이번이 끝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한화 방산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할시킨 뒤 이 자회사와 다른 방산 계열사를 하나로 통합시키는 작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차 교통정리로 마련된 현재 체제에서 각 계열사별 사업영역 전문성을 끌어올리고 추후 이를 하나의 방산 회사로 통합시켜 영역 간 시너지를 내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현재 ㈜한화 손자회사로 편재된 한화지상방산, 한화시스템을 사실상 자회사로 끌어올려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특히 2025년까지 그룹 방산사업 매출을 12조원으로 끌어올려 세계 10위 종합방산기업 도약을 노리는 김승연 그룹 회장의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단일 방산 계열사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기준 그룹 방산 사업영역 전체 매출 규모는 3조8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한화 방산부문은 계열사가 아닌 하나의 사업영역으로 편재돼 있어 그룹의 정확한 방산 사업 규모와 수익성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앞으로 글로벌 대형 수주를 위해선 객관적 사업 가치를 평가받을 필요가 있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방산 사업부문 통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룹 관계자는 "㈜한화 방산 분할과 그룹 방산 사업 통합은 아직 검토된 바 없다"며 "당분간 계열사별 전문성을 끌어올려 수주를 늘리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