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 또다시 4월…"우린 여전히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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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4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행사에서 4.16TV 팀장 지성아빠 문종택 씨가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각자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가장 먼저 세월호 사고를 잊어버릴 것 같아서요"

16일 4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 영결식이 끝나면 경기 안산의 정부 합동분향소는 철거된다. 추모 현수막과 세월호 관련 시설물 역시 수거될 예정이다. 한때 전국 30여개였던 세월호 분향소는 이제 광화문 한 곳에만 남게된다.

4년간 함께 분노하고 울었던 시민들은 이제는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우리 곁에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이들이 있다. 그 들에게 일상 속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행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안산거리축제 중 안산순례길 행사 모습(고주영PD 제공) © News1

◇참사 이후 4년째 안산순례길·세월호 연극 기획한 고주영씨

예술인 고주영(42)씨가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2014년 안산거리극 축제에서 가상의 국가를 만들어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했었다. 그러던 그에게 세월호 참사는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았다.

가상의 국가를 만들어 놀이 문화를 즐기던 그에게 더이상 국가를 놀이로만 대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해왔고 하려던 것이 국가 놀이 같은 것이잖아요, 마치 장난 같은…그런데 사고 이후로 국가를 장난처럼 다룰 수 없었어요"

대신 고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데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안산순례길 행사였다.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안산 이곳 저곳을 거닐며 노래, 무용, 연극으로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고 관람객만 600여명이 다녀갔다.

고씨는 "머리로 생각하고 눈으로 본 것은 잘 잊어도 몸으로 겪은 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며 앞으로도 행사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고씨는 지난 해부터는 연극동인 혜화동 1번지에서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혜화동 1번지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연극 '세월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벌써 4번째 장기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고씨는 "올해는 셰익스피어나 루쉰같은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가져왔다"며 "세월호를 염두해두고 썼을리가 없는 작품 속에서도 세월호를 느낄 수 있다면 우리 삶 속에 스며든 기억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각자의 자리에서 참사의 아픔을 잊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 장면 (비주류사진관 제공) © News1

◇팽목항부터 전국의 추모집회까지…세월호의 역사를 기록 중인 '비주류사진'

사진다큐집단 비주류사진관도 세월호와 유가족 곁을 4년째 지키고 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 시민운동가 등 전국각지 일반인 500여명으로 이뤄진 이들은 전남 진도 팽목항 사고 당시부터 세월호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가 겸 운영위원인 진승일씨(경기 안산·50)는 “언론에서 관련 사진을 찍는다 해도 지역의 작은 행사까지 오진 않는다"며 "우린 회원이 전국 도처에 있으니 꼭 기록하고 기억해야겠다 싶어 세월호 관련 행사는 어디든 쫒아간다”고 말했다.

비주류사진관은 이렇게 기록한 사진을 모아 지난해 길거리 전시도 열었다. 현수막을 캔버스 삼아 세월호 3년의 기록을 전국 대도시 중심가에 내걸었다. 진씨는 “자리만 있으면 어디든 걸 수 있는 현수막처럼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일상 도처에서 느낄 수 있게 하려고 현수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비주류사진관은 올해도 세월호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기록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둔 12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행사에서 4.16TV 팀장 지성아빠 문종택 씨가 자작곡 '아비의 마음'을 부르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직접 미디어가 돼 세월호 소식 전하는 ‘지성아빠’ 문종택씨

당국을 믿지 못해 직접 미디어가 된 4·16TV '지성 아빠' 문종택씨(55)도 지난 4년 동안 수백개의 영상을 기록으로 남겼다.

참사 두달 뒤 생전 처음 만져본 카메라로 지금까지 찍은 영상만 700여 개에 이른다. 30㎏에 달하는 장비를 들고 전국을 다니며 이틀에 한번 꼴로 방송을 했다.

그가 찍은 영상에는 중요한 내용도 많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전체회의나 인양 장면, 희생자 수색 장면도 있어 자료로써의 가치가 있다.

문씨는 자신의 영상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찍은 관련 영상이나 추모 영상도 소중히 모으고 있다. 그는 "이제는 전국 각지, 멀리서는 호주나 미국에서도 영상을 찍어 보내주는 분들이 50여명이나 생겼다"며 "사고 4년이 지난 시점에도 세월호를 기억해주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문씨에게 영상 장비 외에 짐이 하나 늘었다. 바로 기타다. 팽목항에 있을 때부터 떠올라 아무렇게나 흥얼거리던 노래에 '아비의 다짐'라는 제목을 붙였고 녹음까지 마쳤다. 문씨는 "앞으로 다큐멘터리 영상에 음악을 넣고 영상을 기다리는 분들게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세월호 2기 특별조사위원회가 진행 중이잖아요. 기록은 계속될 겁니다. 사람들도 일상 속에서 세월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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