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강세장 끝나나…펀드매니저 58% "증시 연내 정점 도달"

S&P500지수 추이/자료=블룸버그

전 세계 유력 투자 전문가 60% 가까이가 글로벌 증시의 강세장이 연내에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18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의 설문조사 결과, 글로벌 펀드매니저의 58%가 강세장이 이미 정점에 도달했거나 연내에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가 내년 이후에도 정점에 이르지 않고 계속 강세장을 구가할 것으로 본 이는 39%에 불과했다.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는 미국 증시는 2009년 3월 바닥을 친 뒤 9년째 강세 행진 중이다.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은 같은 기간 4배 올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강세장에 대한 회의론이 감지된다. 이달 초 현재 주식 보유액이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준 게 대표적이다.

펀드매니저들은 가장 큰 위협으로 무역전쟁을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중국과 폭탄관세 조치를 주고 받으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펀드매니저들은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를 성장궤도에서 이탈시키고 기업과 소비자의 투자·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역전쟁과 관계 없이 세계 경제 성장세에 대한 기대도 많이 꺾였다. BofAML의 설문에 참여한 216명 가운데 세계 경제 성장세가 향후 1년 동안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한 이는 5%에 불과했다. 2016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몇 개월 전만 해도 40%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전날 낸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세가 아직 가팔라지고 있지만 2019년 이후에는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에 기업 실적 전망도 어두워졌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간 기업들의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 펀드매니저는 20%로 18개월 만에 비중이 가장 낮아졌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이 기업 실적을 띄어 올리고 있지만 이 효과가 지속되긴 어렵다고 봤다.

S&P500지수에 오른 기업들의 EPS(주당순이익)는 올해 18.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내년엔 증가세가 10.4%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실적 악화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기업들의 채무상환을 어렵게 한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의 채무가 과도하다고 지적한 펀드매니저 비중은 3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낙관론자들은 최근 증시에서 비관론이 고조된 게 몇 차례 조정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들은 시장이 바닥을 다지면 기업 실적 개선과 경제 성장세에 힘입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