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피해자에 '인사보복' 르노삼성…법원 "4000만원 배상"

/사진=머니투데이DB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와 그를 도운 동료 직원에게 보복성 인사조치를 취한 르노삼성에 대해 40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판사 임성근)는 20일 르노삼성자동차 직원 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앞선 재판에서 인정된 1000만원에 3000만원을 더해 총 4000만원을 르노삼성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201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는 2012년 4월부터 1년여 간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리다 상사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소송을 위해 주변 증언을 수집했다.

그러자 르노삼성은 박씨가 동료 직원을 협박했다며 견책 처분했다. 이후 박씨를 기존 전문 업무 대신 비전문 업무에 배치하더니 아예 직무를 정지하고 대기 발령을 냈다. 회사는 박씨를 도운 직장 동료도 '뒷조사'하고 근무시간을 이유로 정직 1주일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박씨는 회사가 인사보복을 하고 있으며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함께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직장 상사만 책임이 있다고 보고 상사가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상사는 항소를 포기했고, 2심에서는 회사의 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2심 재판부는 회사가 박씨를 비전문 업무에 배치한 것 등 일부 책임만 인정해 10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은 회사의 인사조치 모두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회사가 비슷한 사유로 유사한 징계처분을 한 사례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박씨에 대해서만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견책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직장 내 성희롱 분쟁에서 피해자에게 불리한 인사조치가 성희롱과 관련없이 정당하다면 이는 회사가 증명해야 한다"며 "종전에 같은 정도의 사안에서 회사가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을 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씨를 도운 동료에 대한 인사처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회사가 유독 이 직원만 장기간 출입기록을 조사해 근무시간 위반으로 징계처분을 내렸다"며 위법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