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심술에 기로 선 '도시바메모리' 매각…향후 시나리오는?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의 욧카이치 공장 전경. /AFPBBNews=뉴스1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갈림길에 섰다. 중국이 반(反)독점 심사를 별다른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루면서, 도시바는 물론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기로 한 '한미일 연합'까지 난처해졌다.

중국이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는 배경에 대해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강력한 경쟁자인 한국의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를 견제하기 위함", "미국과의 무역 마찰 때문에 미국 투자회사가 이끄는 인수합병(M&A)에 훼방을 놓은 것"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이유야 어쨌든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다음달 28일까지 중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애초 지난달 31일까지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해 시한이 60일 연장됐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시바가 매각 불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안 검토에 나섰다는 소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시나리오를 점검해봤다.

1. 중국이 승인을 해주는 경우


도시바는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 메모리를 약 2조엔(약 19조8192억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올해 3월 말까지 매각을 완료하기로 계약했다. 당시 전제 조건으로 중국이 주요 8개국으로부터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이 심사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서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의 M&A 계약이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은 다음달 28일까지 중국의 반독점 심사 통과 시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만약 중국 당국이 다음달 말까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승인한다면 도시바 메모리 매각은 처음 계약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 당국의 승인으로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완료되면 도시바는 매각 자금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회사 재건에 나설 수 있다"면서 "이는 채권단과 한미일 연합에도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2. 매각 조건 조정 후 반독점 심사 재신청

일본 지지통신은 23일 중국 당국이 다음달 말까지 도시바 메모리 M&A를 승인하지 않으면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이 매각 조건 변경 후 재신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마감이 지나도 매각 조건을 변경해 다시 심사를 신청하면 중국 당국이 승인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이 다시 매각 조건에 대해 협상을 벌이면서 매각 작업이 최소 몇 달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양측 협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최근 스마트폰 판매 둔화 등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재심사 신청 시 한미일 연합이 인수금액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에서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을 견제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심사 통과를 쉽게 하려고 한미일 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투자회사 베인캐피탈이 SK하이닉스를 빼고 재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도시바의 매각 철회 가능성도

중국이 계속 반독점 심사 승인을 미루면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6000억엔을 조달하며 자금 사정에 숨통을 튼 도시바가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알짜 사업'인 도시바 메모리 사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도시바가 메모리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은 작다. 지난달 말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1%에 불과한 도시바가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각을 중단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대안도 있지만, IPO는 아무리 빨라도 내년에야 가능하다. 당장 올해부터 투자 공백기가 생기게 돼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

도시바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도시바 메모리를 빨리 매각하는 방안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매각 취소 등 다른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