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에 또 '대만 카드'...공관 경비 위해 해병대 파견

【화롄=AP/뉴시스】대만군의 탱크 M60A3(오른쪽)이 30일 동부 도시 화롄(花蓮)에서 벌어진 실탄사격훈련 중 병력 수송 장갑차 옆을 지나가고 있다. 대만군은 이날 중국의 침략에 대비해 이틀간의 실탄사격훈련을 시작했다. 2018.01.30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미국이 대만에서 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재대만협회(AIT)의 신축 건물의 경비를 해병대 병력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23일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미국은 해외 주재 대사관 기준에 맞춰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AIT 타이베이 사무처 신청사의 경비를 미국 해병대에 맡기기로 했다.


미국은 1951년부터 1979년까지 대만에 군사고문단과 연합방위사령부을 두고 대규모의 육·해·공군 병력을 주둔시키다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한 뒤로 대만 주둔군을 철수시켰다. 공관 경비 목적이고 소수이긴 하지만 철수 39년 만에 미국 병력이 대만에 다시 들어오는 셈이다.

타이베이 네이후구의 6.5헥타르(㏊) 부지에 들어서는 신청사는 해외에 건립되는 다른 미국대사관의 안전기준에 맞춰 보루식 건축물로 세워지고 있다. 신청사 부지에는 '해병대의 집'이 건립돼 10여명의 상주 해병대 병력이 주둔하게 될 예정이다. 스티븐 영 전 AIT 사무처장도 최근 대만 자유시보에 올린 기고문에 신관 건축을 준비할 당시부터 이미 미국 해병대 병력으로 구성된 공관 경비대를 주둔시키기로 결정됐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외교 관계 단절 이후 비영리 민간기구이면서 대사관 역할을 하는 AIT가 영사 및 비공식 외교업무 등을 담당해왔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의식해 대만과 공식적 관계를 상징할 수 있는 공관 경비 병력도 파견하지 않았다. 미국은 현재 자국 해병대를 해외 148개국 공관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만 문제를 중국과의 거래 카드로 삼으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AIT에 다른 공관들과 같은 기준으로 해병대 병력을 파견함으로써 대만과의 관계를 공식화쪽으로 한걸음 더 옮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나서면서 대만과 고위급 교류를 확대하는 대만여행법 시행에 나서 중국이 반발한 바 있다. 중국은 대만과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어떠한 조치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대 중국 강경론자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6월 AIT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과거 '하나의 중국' 원칙의 재검토와 대만과의 복교를 주장하며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일부를 돌려 대만에 주둔시키자는 제안까지 한 바 있다.

딩수판 대만 정치대 교수는 "(관련된) 미국의 어떤 행보도 중국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며 "미국은 지속해서 대만과 관계를 정상화, 공식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