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부족에 노사갈등까지…'사면초가' 조선업계

'일감부족'에 직면한 조선업계가 '노사갈등' 악재를 맞게 됐다. 대규모 희망퇴직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맞물리면서 노사 간 팽팽한 '기(氣)싸움'이 예상된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5시부터 27일 오후 1시까지 고용안정 쟁취와 강제 희망퇴직 반대, 2018년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앞서 노조는 지난 16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만약 투표 결과가 파업 찬성으로 나오더라도 곧바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신청을 하는 등 '합법적 파업'을 위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을 중단하지 않는다며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9일까지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회사는 희망퇴직자를 위해 통상임금 기준 최대 20개월 임금과 자녀 장학금을 지원한다.


노조는 또 지난 19일 회사에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보냈다. 요구안은 △기본급 14만 674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자기계발비 20시간→30시간(관련 비용) 인상 △성과금 250%+α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에 현대중공업 (129,000원 ▲1,700 +1.34%)은 노조에 기본급 동결과 함께 임금 일부 반납을 제안했다. 제시안은 △기본급 동결과 경영정상화시까지 기본급 20% 반납 △월차 유급휴가 폐지 후 기본급화 △연차 유급휴가 근로기준법 기준 적용 △지각·조퇴 시 해당 시간분 임금 감액(감급) 규정 신설 등을 담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와 노조의 요구안 사이에 간격이 커 올해도 쉽지 않은 협상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6년과 2017년 2년 치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지난 2월에서야 마무리 지었다.

대우조선해양 (32,500원 ▼100 -0.31%) 노조도 올해 기본급 4.11% 인상을 1차 임단협 협상안으로 정했다. 노조는 △전 직급 단일호봉제 도입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 △시급 인상 등 사내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사내 근로복지기금 50억원 출연 등도 요구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다음 달 초 첫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간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임금 인상 등에 소극적이었던 주요 대형 조선소 근로자들이 임단협 요구사항을 관찰시키기 위한 단체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노사갈등이 격화되면 조선업계가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